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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BEACH AND BRUNCH4 - Coronado Island

by 장돌뱅이. 2013. 8. 21.

 

전철을 타고 내려서 배로 갈아타고,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간 후,
걸어서 해변에 닿고, 해변을 걷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 배를 탄 후
마지막으로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전철을 탔다.

‘산 넘고 물 건너 식’으로 멀고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승용차를 이용한다면
집에서 편도 20여 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코로나도 섬 CORONADO ISLAND을
대중교통편을 이용하여 다녀온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가까운 곳을 에둘러 멀리 돌아가며, 빠르고 편한 방법 대신에
의도적으로 느리고 번거로운 경로를 택한 것이다.
여행에는 효율과 비효율의 경계가 없다. 모든 경로와 방법이 정석이다.
먼 곳을 가까운 곳처럼 다녀오는 오는 것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을 먼 곳처럼 다녀오는 것도 모두 여행이다.

“발밤발밤”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습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그렇게 발밤발밤 코로나도섬을 다녀왔다. 한 주 전 씨포트 빌리지를 다녀올
때와 같은 전철을 탔다. 전철은 20여 분 뒤 샌디에고 시내에 우리를 내려 주었다.
 

 

가까운 곳을 여행하는 장점은 늘어진 시간이다. 한 시간에 한번씩 샌디에고 베이
SAN DIEGO BAY를 왕복하는 셔틀보트의 시간표를 지키려고 조바심을 치지
않아도 된다. 배가 막 떠나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시간의
손실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 것일 뿐이다.

항구에는 셔틀보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먼 항해를 떠나기 위해 승객을 기다리는
거대한 크루즈선도 있고 현역에서 물러난 거대한 항공모함도 전시되어 있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지나갔다.
관광객을 기다리는 씨클로도 여러 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곳 아니면 볼 수 없는, 그러나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없는 무연한 풍경들이
마음을 한가롭게 했다. 배를 타고 코로나도섬에 도착하여 섬을 가로 질러 걸어갔다.
선착장과 반대편에 코로나도 해변이 있다. 
 

 

해변에 접해 있는 코로나도 호텔은 19세기 말에 지어진 유서 깊은 호텔이다.
붉은 지붕과 흰색의 외관이 깔끔한 인상을 준다.
마릴린먼로가 나오는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는 이곳이 주 무대이다.
영화 속에서는 플로리다해변으로 소개되었다.
 

 

 

해변의 북쪽 끝까지 걸어갔다가 되돌아오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오렌지 애브뉴 ORANGE AVE.에 있는 햄버거집 버거라운지 BURGER LOUNGE 에서
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버거라운지는 샌디에고 ‘토종’ 햄버거집이다.
나는 이곳의 터키 TURKEY 버거를 좋아한다.
오고가는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먹었다.
 

세상일이라는 게 늘 아웅다웅 하기 마련이어서 달관한 도사처럼 살 수 없고 또 초연한 듯
사는 것이 반드시 옳은 자세도 아니겠지만, 햇빛이 쨍하게 밝은 거리를 무심히 바라보다 보니
그런 마음을 흉내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산길 가다 보면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 쉬다 보면 갈 길을 잊네
   소나무 그늘에 말을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뒤따라오던 몇 사람이 나를 앞질러 간다 해도
   제각기 갈 길 가는 터에 또 무엇을 다투랴.

      山行忘坐坐忘行
      歇馬松陰聽水聲
      後我幾人先我去
      各歸基止又何爭
            
-송익필의 옛시, “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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