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올 때 가장 실망스럽게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엘에이공항(LAX)의 후진 모습이었다.
인천공항이라는 최신식 모습에 익숙해진 눈으로 바라본 엘에이 공항은
과장을 섞는다면 ‘석기시대’ 수준이었다.
미국과 미국 서부 최대의 도시에 거는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공항의 후줄그레한 모습에 이어지는 입국심사대(세관검사대)의 소란스러움,
오랜 기다림과 지문을 찍고 사진을 찍는 절차의 복잡함에,
간간히 더해지는 심사원들의 권위적인 행동은
미국이란 나라의 시스템에 회의마저 갖게 했다.
그 엘에이 공항이 최근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몇 년 동안의 개보수 작업을 거친 결과이다.
보안검색대 이전에 있던 면세점들이 내부로 옮기면서(옮기는 중?) 화려해졌다.
이른바 ‘명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아직 많은 가게들이 다 문을 열지는 못한 상태이다.
예전엔 출국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면 바로 항공사 라운지로 직행하여
휴식을 취하는 것이 엘에이 공항에서 하는 일의 전부였다.
그러나 앞으로 구경도 쇼핑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아내 혹은 딸아이와 동행을
하게 된다면 라운지에서 휴식 시간은 좀 줄어들 것 같은 예감이다.
공항의 하드웨어만 바뀌었을 뿐, 들고나는 번잡함은 여전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를 경험한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이겠으나
언제까지나 빡빡한 검사만으로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직장에서 배운 품질관리의 초보이론에 따르면 검사는 관리의 한 부분이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에 올해에 있었던 보스턴의 테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밀한 검사와 동시에, 테러의 원인이 되었던
국가정책의 변환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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