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여럿 있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쯤 떨어져 있는 머레이 MURRAY 호수.
둘레길을 따라 아내와 걸어보았습니다.
잔돌이 널려있는 부드러운 흙길.
잔잔한 파란 물에 잠긴 파란 하늘.
사위는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억새.
가을이 깊은 날이었습니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열매들을 가득가득 하도록 명해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따뜻한 날을 베푸시어
무르익도록 이끄시고
무거워가는 포도송이에 마지막 달콤함을 넣어주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래도록 혼자로 남아
깨어앉아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나뭇잎 떨어져 뒹굴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스레 방황할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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