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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305

STONEWALL PEAK 한국에서 온 손님과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쿠야마카 주립공원 CUYAMACA STATE PARK의 스톤월피크 STONEWALL PEAK를 다녀왔습니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트레일 초입의 노란 단풍이 눈부실 정도로 환했습니다.이 아름다운 가을날, 내 나라 서해의 평화롭던 섬에는 동족이 쏜 포탄이 날아들고 기다렸다는 듯이 강대국의 항공모함이 우리의 바다를 가르며 들어왔습니다. 60년 전 한국 전쟁의 발발 소식을 들었을 때 일본 총리였던 요시다시게루(吉田茂)의 첫마디는 "이제 일본은 살았다." 였다고 하던가요?저마다의 야심을 뒷전에 감춘 주변국들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겠습니다.무슨 의도였건 북한의 도발은 비난받아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들과 평화를 가꾸어가는 것은 통일을 .. 2013. 7. 24.
주말 오후 주말 오후 아내와 바닷가로 나갔다. 작은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에 자리를 폈다. 음악을 들으며 아내는 책을 읽었다. 나는 아내의 옆에서 햇볕 가득한 푸른 바다와 초록의 잔디, 그리고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쉬임없이 재잘거리며 잔디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한대수가 노래로 만든 행복의 나라에는 춤추는 산들바람과 가벼운 풀밭, 편안한 공상과 노는 아이들 소리가 있었던가? 그런 풍경들 속에서 아내도 나도 또한 풍경이 되며 세워져 있는 자전거처럼 편안했던 오후였다. 비 긋자 아이들이 공 차며 싱그럽게 자라는 원구 초등교 자리, 카토릭 대구 교구 영해 수련장 현관 앞에 서 있는 향나무 선들바람 속에 짙은 초록으로 불타고 있다. 나무들 가운데 불의 형상으로 살고 있는 게 바.. 2013. 7. 18.
휴지걸이 혹은 나누나누 자카르타에는 휴지걸이가 없다? 90년 초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근무를 했다. 그곳에 공장을 짓고 관리까지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일을 맡은 팀원 중의 일부가 먼저 인도네시아로 떠난 뒤 한국 회사의 뒷정리가 남은 나는 2달이 지나서야 합류할 수 있었다. *위 사진 :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로부두르사원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도착하던 날, 호텔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환영 파티가 있었다. 한국음식점에서 일인당 의무정량인(?) 세 병씩의 소주를 ‘깐’ 뒤에 한국에서 하던 대로 가라오케의 폭탄주와 호텔의 바에서 입가심까지 수차례의 술판이 이어졌다. *위 사진 : 90년대 초 발리 부두굴에서 그 날 희미해져가는 취기 속에서 내게 인상 깊게 박힌 것은 앞서 도착한 직원들의 현지에 대한 ‘해박한.. 2013. 7. 18.
샌디에고 걷기 28 - SYCAMORE CANYON 휑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레일 초입에 들어서자 능선을 따라 길에 뻗어나간 길이 보였다. 초록의 잡목숲을 이발 기계로 밀어버린 듯한 누런 흙길을 보며 걷다가 문득 김기림의 글이 떠올랐다. "은빛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간 나의 소년시절...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잊어버린 내 첫사랑... 노을에 자줏빛으로 젖어 돌아오던..." 제대로 외우고 있지 못한 탓에 이런저런 구절들이 두서 없이 떠올랐다. 걷는 내내 생각나는 구절만 반복해서 읊조리다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냉장고 속의 맥주를 꺼내 마시며 서둘러 글을 찾아 읽었다.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 2013. 7. 18.
PALOMAR MOUNTAIN *위 사진 : 전망대(BOUCHER LOOKOUT)에서 *위 사진 : 도안호수 주변에서 샌디에고카운티 북쪽에 있는 팔로마 PALOMAR 산. 정상부에 다다르기 위해 꼬불꼬불 똬리를 튼 산길을 지루할 정도로 오래 운전해야 했다. 산의 높이는 1,871M. 푸른 산과 푸른 하늘. 누렇게 변한 들과 흰 구름. 도안 DOANE 호수 근처에 차를 세웠다. 아내와 차에서 내려 팔을 벌리고 잠시 눈을 감아 보았다. 옅은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며 지나갔다. 가까이서 멀리서, 스타카토거나 라르고의, 새소리가 들려왔다. 아! 너무 조용하다! 아내가 감탄을 했다. 어린 시절, 미루나무가 가지런한 둑 밑 도랑에서 고기를 잡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사방을 바라보았을 때, 아니면 앞산 바위에 올라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며 마을을 내려.. 2013. 7. 17.
샌디에고 걷기 27 - ELLIE LANE TRAIL 아내가 없는 동안 나의 토요일 일과는 단순하게 정해져 있다. 우선 아침 새벽에 일어나 골프를 치러간다. 이곳에서의 골프는 한국에서 상상하는 고비용 스포츠의 상징이 아니다. 내가 가는 골프장은 시립인데다가 카트 CART 를 타지 않고 걷기때문에 한국의 당구치는 비용보다 저렴하다. 나의 골프 실력은 '종합무술의 달인'의 수준이다. 땅을 헤치고 허공을 가르는 스윙이 예측불허에 변화무쌍하다. 때문에 연못 속으로 잠수 시켜 놓은 공과 수풀 속으로 들여보내 은폐와 엄폐를 철저히 시켜놓은 공이 샌디에고 생활 2년 반만에 수백 개에 이른다. 골프 후 같이 시간을 보낸 멤버들과 맥주 한 잔을 곁들인 간단한 점심 식사를 하고 나 홀로 산으로 향한다. 꼭 산이 아닐 경우도 있다. 계곡이나 바닷가의 숲 속을 걸을 때도 있다... 2013. 7. 17.
샌디에고 걷기26 - MT. WOODSON PEAK TRAIL *위 사진 : 트레일의 출발점인 LAKE POWAY와 주변의 야생화들 원래는 이곳을 걸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지난 주에 다녀왔던 아이언 마운틴 IRON MT. 주변을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67번 도로를 달리다보니 멀리 산 위로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제법 큰 규모의 산불인 것 같았다. 뒷편에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몇대의 경찰차가 쏜살같이 앞질러 바쁘게 달려간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눈짐작해보니 아이언마운틴 주변인 것 같았다. '혹 입산통제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가다보니 아니다다를까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샛길로 빠져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안으로 생각해 낸 것이 우드슨마은틴 WOODSON MT.이었다. 레이크 포웨.. 2013. 7. 16.
샌디에고 걷기25 - IRON MOUNTAIN *위 사진 : 아이언마운틴의 야생화 아내가 딸아이와 함께 노무현대통령 추모제가 열리는 봉화마을로 향하고 있는 시각, 나는 혼자 산으로 향했다. 오래간만의 산행이었다. 원래 산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날만은 그냥 집에 있는 것이 헛헛했다. 책을 몇 쪽 읽다가 집중이 되지 않아 접어두고 길을 나섰다. 먹고사는 생활의 무게만으로도 늘 헉헉거리는 처지인지라 세상의 모습을 내 고민 안에 담아둘 여유가 별로 없긴 하지만 국토도, 민주주의도, 남북의 상생도 모두 벼랑 끝에 내몰린 듯한 잠시 떠나온 우리나라의 모습은 답답하고 참담해 보인다. "미친놈들!" 어쩔 수 없이 욕이 튀어 나왔다. 도올 김용옥이 신뢰 수준 0.0001%이라고 한 천안함의 '드라마'를 저들은 마치 승전보처럼 전했다. 어쩌자는 것일까? 우리는 정말 .. 2013. 7. 16.
샌디에고 OTAY LAKE 주변 걷기 가끔 혹은 자주, 먼 고향의 두고온 인연과 기억들이 그리워지는 날, 이국의 생활이 문득 무료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날, 딱히 할 일이 없으면서도 무언가 하고 싶은 날. 요즈음처럼 식사를 하고나도 쉽게 어두워지지 않은 여름날, 왠지 몸이 찌뿌둥하거나 근질거리는 날, 운동이나 여행이 '고파지는' 날, 주말과 휴일의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여유롭기 그지 없는 날, 아내와 함께 길을 걷기 위해 나간다. 푸른 호수 곁에는 조용한 길과 공원이 있다. 쨍쨍한 햇살과 서늘한 바람의 그 공간을 가까이 두고 사는 생활은 행운이며 때로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2013.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