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베트남30

2005하노이3 - “베트남의 별” 호치민(胡志明) '베트남의 별’이란 표현은 프랑스인 쟝 라꾸뛰르 JEAN LACOUTURE라는 사람이 쓴 『호치민』의 한국어 번역판 제목이다. 여행기의 제목으로 인용하고 보니 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비현실적인 거리감과 이미지의 상투성이 호치민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바꾸려다가 다시 남겨두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전설처럼 보이고 어린아이처럼 순박하여 오히려 상투적으로 보이는 호치민의 삶에 별보다 더 적절한 단어를 붙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호치민 묘소는 시원스레 트인 바딘(BA DINH) 광장과 접해 있다. 바딘광장은 1945년 9월2일 베트남 독립선언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이다. 묘소 앞에는 흰 색의 제복을 입은 근위병이 정지된 자세로 보초를 서고 있다. 묘소로부터 일정거리에 제한선을 설치해 놓고 그 안으로.. 2012. 4. 17.
2005하노이2 - 하노이 오케스트라 한국보다 두 시간 늦게 오는 아침은 얼마나 큰 여유인가. 현지 시간에 적응되지 않은 동남아 여행 첫날 아침에 가질 수 있는 행복이다. 아직 잠든 아내를 두고 혼자서 호엔끼엠 호수로 향했다. 구름 때문에 해가 나지 않은 탓인지 겨울 아침 하노이는 꽤 추웠다. 사람들이 인도에 가로막고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네트까지 치고 바닥에 선까지 그어 놓은 것으로 보아 매일 아침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호수 주변의 아침은 우리의 아침이 그렇듯 활기차 보였다. 천천히 호수를 한바퀴 돌아 숙소로 돌아가니 아내는 일어나 책을 읽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다시 호엔끼엠 호수로 향했다. 본격적인 아침이 시작된 거리에서 우리를 맞은 것은 잠시도 끊어지지 않는 .. 2012. 4. 17.
2005하노이1 - ‘묵사발’의 하노이로 가며 묵사발이란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 말은 “묵을 담는 그릇”의 의미로 쓰는 경우보다는 “심한 타격을 받고 사물이 몹시 일그러지거나 망가진 상태”를 일컫는 의미로 더 자주 쓴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그 말을 여러 번, 그것도 의도적으로 쓴 적이 있다. 월남전 관련한 글짓기나 파월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쓸 때였다. 나는 나의 편지가 국군아저씨들에게 놀라운 사기를 북돋아 줄 것이란 확고한 믿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침을 발라가며 또박또박 편지를 썼다. 어린 나는 나름 ‘묵사발’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월남 장병 아저씨에게 가장 적절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붉은 이리’와 ‘붉은 늑대’ 중 어느 표현이 더 좋을까 진지하게 고민도 해가며, 그리고 주먹으로 치면 수많은 파편으로 쉽게 부서져버릴 .. 2012.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