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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1200

수라바야 SURABAYA 귀국 비행기 안에서 창을 통해 본 풍경. 멀리 3천미터가 넘는 ARJUNO산의 실루엣이 보인다. 선명하지 않아도 파스텔톤으로 잡힌 저녁 무렵이 마음에 든다. 귀국길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2002년 5월) 2005. 2. 18.
여행에 대한 잡담 2. - 소심한 사람의 여행 내가 아주 어릴 적 큰누나는 가끔씩 나를 업고 어를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애기는 이다음에 커서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훌륭한 사람이 돼라.” 비행기를 타는 것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전혀 등식이 성립될 수 없는 관계지만 50년대 말 한국 사회에서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소녀가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성공의 상징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큰누나의 기원 덕분인지 나는 보통 사람들의 평균치보다는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니는 장돌뱅이가 되어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고 훌륭함은 더더욱 아득하다. 그래서 나는 큰누나를 볼 때마다 불평을 해댄다. 마치 오늘의 나의 경제적 무능력이 누나의 잘못된 기원 때문인 것처럼. “기왕지사 비나리를 .. 2005. 2. 18.
여행에 대한 잡담 1. - 서두르지 않아야겠다. 얼마 전까지 국내건 해외건 내게 있어 여행은 다분히 양적 축적을 위한, '달리는 말에서 산을 보는' 식의 바쁜 일정을 의미했던 것 같다. 어떤 지역을 가볼라치면 계획 단계부터 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 빡빡한 일정을 만들고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그 일정에 따라 그야말로 강행군을 하였던 것이다. 식구들에겐 시간이 한정된 직장인이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밖에 더 있겠냐고 설득을 시켰고 아내와 딸아이도 그런 논리에 대체적으로 긍정하는 편이었다. 일테면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왔으니 가능한 한 많이 보고가야 본전 뽑는 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떤 때는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면 단 몇 마디라도 정리를 해볼 틈이 없이 피곤함에 쓰러져 자고, 이튿날 아침 서둘러 일어나 우.. 2005.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