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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1361

울산 시절 2. - 영화 <<박하사탕>>을 보고 토요일 저녁. 저녁을 먹고 나서 아내와 영화 를 보러 갔습니다. 영화 《초록물고기》로 아내와 난 이창동 감독의 팬이 되었는데, 소설가 출신이라 그런지 구성과 줄거리가 짜임새 있고 탄탄했습니다. 이번 영화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들꽃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젊은이가 80년대라는 험난한 시대를 통과하면서 몸도 마음도 절름발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거꾸로 더듬어가는 영화였습니다. 그 절망의 시절에 절망하지 않고 뜨거운 '불'로 살았던 이 땅의 많은 젊은 모습들이 비껴간 것은 아쉬웠지만 아내와 난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눈물이 핑 도는 애잔함으로 그 시대를 돌이켜 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감정적으로 밀착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신, 긴급조치, 10.26, 비상계엄, 은.. 2005. 2. 15.
울산 시절 1. - 술 '자알' 마시는 여자와 못 마시는 남자 83년부터 2001년 초까지 우리 가족은 울산에 살았습니다. 옛 디스켓을 뒤져보니 그 시절에 쓴 글이 몇 개 남아 있어 올려봅니다. (아래 글은 아마 99년 정도에 쓴 것 같습니다.) ==========================================================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결혼 후 아내가 술을 마시게 된 것도 그런 변화 중의 하나이다. 연애 시절 아내는 소주건 맥주건 술을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술좌석에 앉아서도 음료수만 홀짝거렸다. 그러던 아내는 결혼 후 십여 년이 지나면서 어느덧 애주가가 되었다. 냉장고에 맥주 한두 병씩을 꼭꼭 챙겨두고 걸핏하면 “오늘 한잔 어때?” 하며 술을 하자고 한다. 내가 “별로 생각이 없는데······ 속이 좀 안 좋아서·.. 2005.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