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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1363

행복한 영화보기 13. - 연극 "대한민국 김철식" 한국 문단의 기인으로 폐허의 50년대를 호방하게 살다간 시인 김관식은 육당 최남선의 수제자이며 미당 서정주 시인의 동서이기도 했다. 그는 어느 출판 기념회나 문학단체 총회 같은 곳에 나타나 “자유당 선거 유세한 자가 이 신성한 회의를 더럽히다니 말이 되어? 당장 하단하렸다!“라고 소리치며 회의장을 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하고, 4월혁명 이후 용산 갑구에서 “민주당의 아성 장면을 무너뜨리기 위해“ 민의원에 입후보를 하고, 유세장에는 문학 하는 친구들을 강제로 데려다가 “르네상스 이후의 휴머니즘” 운운하는 찬조 연설을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또 그는 홍은동 시유지에 무허가 건축물을 짓고 ‘홍은동 산1번지’라고 지정하고 단속반과 싸워 실제로 법원등기에도 행정관서에도 산1번지라는 지번으로 정해지게 했으며, 홍은동 .. 2005. 2. 26.
행복한 영화보기 12. - 슈팅 라이크 베컴 축구선수 베컴을 좋아하는 한 인도 출신의 여자아이가 축구선수로 인정받기까지 가족과 주변의 보수적인 전통과 편견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비디오로 보았다. 영국에서 만든 영화였던가? 부담이 없는 잔잔한 내용의 영화였지만 동양적인 보수성을 너무 과장되게 그리지 않았나 싶다. (2003) 2005. 2. 26.
행복한 영화보기 11. - 가문의 영광 딸아이는 나의 영화를 보는 안목을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자기가 재미있다는 영화를 자주 ‘별로’라고 표현했고 자기가 졸다 나온 영화엔 후한 점수를 주어왔다는 것이다. ‘가문의 영광’은 딸아이가 ‘강추’한 영화이다. 아내와 나는 이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비디오로 봤다. 작년 한 해 한국 영화를 휩쓸었던 ‘조폭’ 관련 코미디 영화이다. 영화에 대해 내가 평가를 하면 딸아이는 또 나의 '안목 없음'을 지적할 터이니 접어두고 유동근이란 배우를 말해보자. 유동근은 텔레비전 사극에서 왕으로 나올 때 그의 진가가 살아난다. 연산군, 태종, 대원군역에서 그의 카리스마는 불을 뿜는 듯했다. 그리고 몇 년 전 황신혜와 열연하며 장안에 푸른색 와이셔츠를 유행시켰던 ‘애인’인가 하는 연속극에서도 진지한 그의 연기는 빼어났다.. 2005. 2. 26.
행복한 영화보기 10. - CATCH ME IF YOU CAN. 딸아이는 예전엔 디카프리오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디카프리오의 곱상한 생김새에서 벗어나 그의 연기력에 딸아이의 관심이 닿으면서 생긴 일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디카프리오가 출연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는 역시 ‘타이타닉’이다. ‘타이타닉’은 대작이었지만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빛났던 것은 아니었다. 그 이후 그가 출연한 영화 ‘THE BEACH'는 영화 자체가 졸작이어서 그의 연기가 끼어들 틈조차 없어 보였다. 그 이후 우리 가족이 본 디카프리오의 또 다른 출연 영화인 셈인데 나는 여기서도 톰 행크스의 넉넉한 연기가 디카프리오의 발랄한 젊음을 앞질렀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나의 디카프리오에 대한 이런 혹평이 자신의 시커먼 얼굴빛과 생김새에 대한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잘 생긴 사람을 보.. 2005. 2. 26.
행복한 영화보기 9. - 이중간첩 오래간만에 영화 속에서 한석규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나는 ‘쉬리‘속의 한석규보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초록 물고기’의 한석규를 좋아한다. 그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미소가 나는 좋다. 그러나 이중간첩은 무겁고 우울한 영화다. 모든 등장인물은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열심인 듯 보이나 진실함의 바탕 위에 있지 못하다. 병든 삶이다. 분단 속에 사는 우리 시대의 모습이 그렇듯이. 어떤 이는 이 영화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주인공을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남에도 북에도 절망하였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은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을 받았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스스로 자살을 하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누군가의 손에 타살을 당한다. 그랬다. 사연은 다르지만 버림받은 이 땅의 젊은 영혼이.. 2005. 2. 25.
행복한 영화보기 8. -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학창 시절, 소설 ‘닥터 지바고’를 읽으며 상상하던 감동적인 풍경을 깨뜨리기 싫어 (그 무렵 단체관람으로 대부분의 학생이 보았던) 오마샤리프 주연의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지 않겠다던 녀석이 있었다. 그 후로 많은 영화화된 문학작품을 보면서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보다 훨씬 장대하고, (소설은 아니지만) 이태의 남부군은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부군보다 더 생생한 울림이 있었다. 문제는 상상력의 힘이었다. 활자를 읽으며 머리로 그리는 모습은 언제나 읽는 사람이 상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것이 되지만 시각적으로 보이는 화면은 상상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어떤 고정된 개념을 주입하게 된다. 따라서 그렇게 가시화시킨 어떤 형상이 소설로 먼저 읽을 때 머릿속.. 2005. 2. 25.
행복한 영화보기 7. - 피아니스트 스필만은 폴란드에 살고 있던 유태계 피아니스트이다. 1939년 독일은 유태인들을 게토에 격리 수용시킨다. 그리고 강제노역과 죽음의 가스실로 향하는 기차, 시도 때도 없이 자행되는 섬뜩한 학살이 이어진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여인은 대답 대신 느닷없는 독일군의 총에 쓰러지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열에서 무작위로 지명된 사람들은 그냥 지명되었다는 불운만으로 죽임을 당한다. 거침없이 머리에 총을 쏘아대다 총알이 떨어지면 탄창을 갈아 끼워 가며 죽인다. 그 와중에 스필만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굶주림과 부상.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폐허가 된 바르샤바의 텅 빈 집을 뒤지던 스필만은 독일군 장교와 마주친다. 누구냐고 묻는 말에 스필만은 피아니스트라고 대답한다. 그 절체절.. 2005. 2. 25.
울산 시절 6. - 영화 『캐스트 어웨이』 주인공은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다 예상치 못한 악천후에 휘말린다. 대개의 경우 칠흑 같은 어둠 속이다. 번쩍이는 번갯불 사이로 거센 빗줄기가 드러난다. 비행기는 바다로 추락하고 설상가상으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쳐온다. 의식마저 희미해져 가는 주인공의 얼굴이 FADE-OUT된다. 다음에 이어지는 화면은 언제나 맑고 잔잔한 해변가에 의식을 읽고 쓰러져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다. ‘신성일・엄앵란의 해변 달리기’ 장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는 영화의 장면은 언제나 이렇게 상투적이다. 좀더 다른 방식은 없을까? 영화 『SIX DAYS SEVEN NIGHT』의 해리슨 포드가 그랬고 『캐스트 어웨이(CASTAWAY)』의 주인공 ‘척’(톰 행크스)도 그렇다. 표류하기 전까지 그는 일분, 일초를 다투.. 2005. 2. 16.
울산 시절 5. - 영화 『집으로 가는 길(THE ROAD HOME)』 여러 가지 재료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여 진귀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를 대가라고 한다면 흔하디 흔한 일상의 재료를 가지고도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사도 대가일 것이다. 아내와 함께 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장이모우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이란 중국 영화는 그 후자에 해당되는 경우다. 시골학교. 새로 부임온 총각 선생님을 좋아하며 애태우는 청순한 시골 아가씨 디(장쯔이). 이런 설정과 이야기는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란 노래에서부터 얼마 전 보았던 전도연 이병헌 주연의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 이르기까지 흔하다. 이런 상투적 소재를 가지고 장이모우 감독은 상큼한 사랑이야기 한 편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풍경이 아름답다. 언덕을 돌아가는 시골길과 푸른 언덕, 누렇게 익어.. 2005.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