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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1363

야구가 만들어 준 행복한 3월. 얼마전 동계올림픽에서 쾌속 질주의 쇼트트랙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더니 불굴의 투지와 단결의 한국야구가 또 지난 며칠간 또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위 사진 : 3월 한국 야구의 영광스런 기록을 알리는 펫코파크구장의 전광판. 이런 식이라면 6월의 월드컵도 2002년의 부활을 이룩할 것 같은 뿌듯한 예감이 듭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은 그 아쉬움을 축제의 분위기로 대체하며 우리 선수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런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가 큰 행운아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쪼록 쿠바가 결승전에서 일본을 "향후 30년간은 이길 생갈이 들 수 없을 정도로" 대파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면 제가 너무 쫀쫀한 인간인가요? 그렇다 하더라.. 2006. 3. 20.
한일 야구 경기 IN USA 샌디에고 시간 토요일 아침 8시 경입니다. 한국시간으로는 일요일 새벽 1시가 되겠네요. 오늘 저녁 이곳 PETCO PARK 구장에서는 일본과의 WBC 준결승전이 열립니다. 그것이 거품인지 아니면 실수요인지는 모르겠으되 한일전의 입장권은 완전 매진 되었고 20불짜리 표가 인터넷 상에서 100불을 넘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65불짜리 임시의자 좌석표까지 팔았다는, 그것도 완전 매진되었다는 소문을 어제 저녁을 먹는 식당에서 듣기도 했습니다. 미국인에게 미국 야구의 패배는 그리 중요한 뉴스가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호텔에서 주는 신문 USA TODAY의 스포츠란에는 농구와 메이져리그 관련 소식이 더 큰 지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준결진출을 하지못했다는소식도 있지만 로져 클레멘츠라.. 2006. 3. 19.
나이들어 가는 징조 천성이 원래 진득하지 못한 탓인지 사우나나 찜질방, 요즈음 유행하는 숯막 등 후덥지근하고 뜨뜻한 곳에는 별로 취미 없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뜨끈한 곳에서 '지지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찜질방 두어번에 이어 지난 설 연휴 끝에는 드디어 숯막까지 다녀왔다. 차라리 운동장을 열바퀴 도는 것이 낫지 습하고 더운 곳에 멍청히 앉아 ‘육수빼기’는 여전히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아내는 나이 들어가는 징조라고 했다. 그런 것도 같다. 숯의 열기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했다. 그속에서 '장수만세'에 도움이 된다는 원적외선이 나온다지만 그런 것은 몰라도 참숯에 구워먹는 삼겹살 맛은 최고였다. 2006. 3. 7.
오! 꿈의 나라. 휴일 낮. 책꽂이에서 빛바랜 옛 책을 꺼내 무심히 뒤척여 보는데 팔랑 뭔가가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80년대 후반 영화운동을 주도하던 독립영화단체 “장산곶매”에서 제작한 영화 의 울산대 공연을 알리는 작은 포스터였다. “광주민중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민족영화.” “광주, 그리고 아메리칸드림 동두천.” 영화도 연극도 소설도 시도 그림도 음악도 노래도 춤도 늘 사회변혁의 실천적 의미를 물어야 했던 시절. 그 물음들이 이제 삶과 운동을 규정하는 문제가 아닌 '그때를 아십니까' 식의 구태의연한 화젯거리가 되어버린 지도 오래된 터라, 옛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에 포스터를 주워 올리다가 문득 박완서의 소설 제목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시절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2006. 1. 25.
행복한 영화보기 17 - "태풍" 영화 “태풍”은 내게 소문에 비해 위력이 없는 단발의 열대성 저기압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또 다시 복수의 화신으로 나온 탈북자 장동건과 그의 누이 이미연, 그리고 엘리트 대한민국 해군 장교 이정재 등의 거물급 출연진과 그들이 3개국을 넘나들며 벌이는 장쾌한 스케일의 액션과 화려한 화면으로 A급 태풍의 조건을 갖춘 듯 했으나 음식에 몇 스푼의 소금이 빠진 듯 무엇인가 결정적인 2%가 부족하면서 감동과 재미의 소용돌이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최소한 오락 영화로서 시작과 종결에 이르는 과정이 왠지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억지스러움이 느껴졌다. 진짜 웃기는 코미디언은 절대 웃지 않고 끝까지 진지하다고 했던가? 탈북자의 응어리진 복수심과 다소 과장된 복수의 실행은 억지로라도 이해가 되었으나 (비록 국군인 이정.. 2006. 1. 9.
태국에서 온 친구 태국인 친구가 추운 날씨 속에 서울에 왔습니다. 방문 목적인 업무 이외에 그녀가 가장 경험하고 싶어 했던 일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을 맞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서울에서 머무는 내내 기척도 없던 눈은 그러나 그녀가 야간 비행기로 떠난 뒷날 아침 일어나 보니 아파트 화단에 하얗게 내려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흔하고 평범한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고 특별한 의미가 되는 경우가 세상엔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내게 그런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서 눈 내린 풍경 사진을 그녀에게 메일로 보내주었습니다. 2005. 12. 31.
다시 또 한 해가 한해가 또 저물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습니다. 한 살 덜 먹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건의 기억에 남는 좋지 않은 일들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것도 늘 그랬던 것도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좋은 일들도 몇 건 있었던 것처럼. 그래도 내일이며 내년에 대한 기대를 부질없다 서둘러 단정 짓고 싶지 않습니다. 저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도시의 골목에 사람들이 해마다 이 맘 때쯤이면 더 화려한 불을 밝히는 것처럼. 2005. 12. 31.
이른 망년회. 12월이면 시작되던 망년회를 올해는 일찌감치 11월에 두 건을 해치웠다. 그 첫번째로 11월 초. 대학 동창 나를 포함 5명이서 충청남도 칠갑산계곡에서 망년회를 빙자한 하룻밤을 보냈다. 저마다 사정을 이리저리 맞추다보니 두달을 거슬러 2005년을 보내버린(?) 것이다. 일년에 한번씩 세월을 거슬러 먼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날. 젊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젊음에 대한 추억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누가 그랬다지만 어떻든 무슨 상관인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지난 그 시절은 돌이켜볼 때마다 늦은 귀가길 어두운 지하철 창문에 비친 찌든 얼굴 위에 새겨진 세월의 잔주름이나 일상의 진부함과 쩨쩨함이나 권태로움 조차도 산뜻하게 씻겨주는 싱싱한 바람이거나 저마다 지나온 삶의 기억 속에서도 가장 빛나고 눈부신 시간이 .. 2005. 11. 2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한국은 한밤중인 시간 홀로 엘에이공항의 대한항공 라운지에 앉아 있습니다. 늘 그렇듯 출장에서 돌아가는 길의 공항은 푸근하고 행복합니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아내와 딸,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와 그 의미가 주는 따뜻함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시간입니다. 귀국길 열한두시간 쯤의 비행이 그리 멀거나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런 마술같은 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때문에 평소 전혀 시처럼 살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이 다음과 같은 시를 읊어본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히 위선이 되지 않고, 그리 '닭살스러워' 보이지도 않을 것이란 자신도 듭니다. 세상에서 그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보다 더 따뜻할 수 있는 그보다 더 빛나는 말이 있을 리 없겠지요 당신... - 김용택의.. 2005.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