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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조림3

제주 함덕 29 윤태호의 만화 『로망(老妄)스』은 노인들의 일상을 과장되게 표현한 좌충우돌과 걸찍한 성적(性的) 이야기들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24시간 내내 진지하게만 어찌 살랴. 가끔씩은 재미도 북돋으며 살 일이다. 나보다 먼저 읽은 아내는 "어휴, 능글능글 해. 딱 당신이 좋아할 만화네" 하며 도리질을 했다. '한 번은 가볼(해볼)만 하다'는 말은 한 번도 안 해도 괜찮은 일이라고 한다. 나도 그 말에 긍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두 번까지는 필요 없고 정말 한 번 정도는 해도 괜찮은 일이 있는 것 같다. 함덕의 고집돌우럭 식당이 내겐 그렇다. 지난번 처음 방문 때 배가 고픈 데다가 오래 기다린 끝이어서인지 정신없이 먹은 식당이어서 제주를 떠나기 전 복습을 해 볼 식당으로 꼽았다. 기다림이 길고 인터넷 예약도 쉽지 .. 2022. 11. 16.
제주 함덕 9 오늘부터 아침에 숙소에서 가까운 올레길을 조금씩 걷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6개 정거장을 이동하여 조천만세동산에서부터 올레길 19코스를 시작했다. 접근성과 난이도를 보아가며 수월한 곳은 아내와도 걸을 생각이다. 오늘은 만세동산에서 함덕해수욕장까지 대략 7km를 걸었다. 제주항일기념관을 벗어나자 제주의 전형적인 돌담밭이 나온다. 돌담에 둘러싸인 무덤도 있다. 제주에선 삶도 죽음도 돌담 속인 것 같다. 바닷가 불턱도 돌담을 쌓아 만든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분비를 하는 곳이며 작업 중 휴식을 하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물질에 대한 지식, 요령, 어장의 위치 파악 등 물질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전수받는 공간이다. 아래 사진 속 불턱은 신흥리에 있는 고남불턱이다. 현재는 해안마을마다 현.. 2022. 10. 27.
남대문 시장 남대문시장의 역사는 조선 태종 때부터 들어서긴 시작한 난전(亂廛)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그 역사가 600년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수십 년 동안 사람이 살아온 내력과 모습이 짙게 남아 있는 곳. 개발과 발전의 이름으로 그런 곳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늘씬한 초현대식 건물과 직선의 도로가 가지지 못한 질감과 냄새가 그런 곳에는 있기 때문이다. 북적이는 시장길을 기웃거리다 후미진 골목길 다닥다닥 어깨를 맞대고 붙어있는 식당, 아무 곳이나 들어가 찌그러진 냄비에 담겨나오는 갈치 조림에 밥 한 그릇 비워보기도 할 일이다. 나긋나긋한 도시적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조금만 접어두면 들고나기가 옹색하기 그지없는 좁은 공간이나, 다소 억센 듯한 종업원들의 말투도 정겹게 느껴진다. 아예 '불친절도 경영.. 2014.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