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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5

아내와 나의 여름 음식 소설가 김훈은 몇 차례의 결혼식 주례 경험을 글로 쓴 적이 있다. 그는 신랑 신부에게 매번 주제를 바꿔가며 주례사를 했다. 일테면 결혼의 추동력은 사랑이지만 사랑이 밥 먹여주지는 않으므로 밥을 벌어먹는 물적 토대를 갖추어라. 삶이 요구하는 형식 - 내 배우자의 부모의 생일, 기념일, 안부를 챙기고 명절 때 인사하는 진부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존중하라. 결혼은 오래 같이 살아 생애를 이루는 것이므로 사랑보다도 서로를 가엾이 여기는 연민을 가져라 등등. 그중에 남편과 아내가 요리를 배워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례사도 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적어도 주말에는 장을 봐서 스스로 만들어 먹으라는 것이다. "그것은 영양가 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섭생적 의미도 있지만, 음식을 만드는 과정.. 2023. 7. 29.
제주 함덕 26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예상보다 날씨가 좋았다. 한라산 쪽으로 두꺼운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그건 자주 있는 일이라 그 구름이 비를 몰고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잠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탁한 구름에 가려졌고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어졌다. 아내와 나는 거실 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들었다. 아내는 비가 오는 날엔 '달달이'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나는 비장의 무기인양 아껴두었던 믹스커피를 타고 음악을 듣기 위해 블루투스 스피커의 볼륨을 올렸다. 비와 관련된 노래와 음악은 유투브에 흔했다. 이런 날에는 수제비가 제격인데 밀가루가 없었다. 궂은 날씨에 사러가기도 뭐해서 궁리 끝에 미숫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보았다. 밀가루에 비해 탄.. 2022. 11. 13.
비오는 주말 토요일 오전, 한강 산책을 갔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던 빗방울은 금세 굵어졌다. 한강 변에는 비 피할 곳이 다리 밑뿐이라 중간 지점에서는 무방비로 젖을 수밖에 없다. 서둘러 뒤돌아 오다가 마주오고 있는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준비 해 온 우산을 내밀었다. 산책 전 우산을 챙기라는 아내에게 너무 걱정이 많은 거 아니냐며 코웃음을 쳤던 나는 겸연쩍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조강지처 말은 무조건 들어야 돼!" 한번 시작한 비는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내렸다. 오래 내리는 비는 입을 궁금하게 한다. 아내가 좋아하는 전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를 뒤졌다. 요즈음 말로는 이런 걸 '냉파(냉장고 파먹기)'라고 한다던가. 진미채와 감자가 적당해 보였다. 감자채는 몇 번 해먹은 적이.. 2021. 5. 16.
부침개가 익어가는 오후 아침부터 장마비가 내렸다. 비오는 날과 전. 공식처럼 된 날씨와 음식의 조합이다. 문득 전과 부침개의 차이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전(煎)은 재료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고 밀가루와 달걀물을 씌워 지진 것을 말한다. 굴전·새우전·버섯전·고추전·호박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부침개는 재료의 형태를 무시하고 잘게 썰어 밀가루와 함께 반죽한 뒤 지진 것이다. 애호박을 채썰어 만든 호박부침개나 배추김치를 잘게 썰어 만든 김치부침개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전과 부침개를 통틀어 ‘지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적인 구분일뿐 실제로는 전과 부침개는 혼용되어 쓰이는 것 같다. 냉장고 속에서 부침개 재료를 찾아보니 오이소박이를 만들고 남은 부추가 있었다. 여기에 건새우, 청양고추, 다진 .. 2020. 6. 24.
지난 국토여행기5 - 막국수 먹으러 갑시다3 양구와 원통 사이에 있는 광치고개의 양구쪽 들머리에 있는 식당이다. 양구군내에서 막국수로 손꼽히는 집이라고 한다. 막국수뿐만이 아니라 감자전도 구수하다. 아내는 감자를 무척 좋아해서 특히 이 식당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나로서는 맵지 않는 막국수가 좋았고. 박수근미술관이나 양구의 펀치볼을 다녀오는 길에 들르면 좋을 듯. (전화번호 : 033-481-4095) 2012.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