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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집회7

'그녀'가 없는 자리 글 제목을 "'그녀'가 떠난 자리"로 했다가 '없는'으로 바꾸었다. '그녀'가 결코 스스로 떠난 것이 아니므로. 어린 시절 논두렁 사이 도랑물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나오면 종아리에 붙어 풀을 뜯어 문질러도 지겹도록 떨어지지 않던 찰거머리! 고은은 언젠가 "이 땅에서 아름다움은 싸움"이라고 썼지만 아름다움과 평화로 싸울 수 있고 축제도 분노의 표시가 될 수 있다는 걸 지난 몇 달간 광화문광장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솔직히 언론에서 묘사하는 그런 찬사를 내심 여러번 의심한 적도 있었다. 드디어!!!!!!!!! "박근혜 없는 3월!" 따뜻한 봄이었다. 아내와 광화문광장에 나가보았다. 그동안 공식 집회 시간에 맞춰 저녁에만 나갔었는데 처음으로 낮에 간 것이다. 광장은 유난이 활기찼고 다채로웠다. 오고.. 2017. 3. 12.
16차 범국민행동의 날 이런저런 일로 좀 늦었지만 아내와 광화문으로 갑니다. 일말의 부끄러움도 가지지 못한 저들에게 분노합니다. 끝까지 가야지요. 다녀와서 추가하겠습니다.^^ 시인 김수영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낙숫물로 바위를 뚫을 수 있듯이, 이런 시인의 헛소리가 헛소리가 아닐 때가 온다. 헛소리다! 헛소리다! 헛소리다! 하고 외우다보니 헛소리가 참말이 될 때의 경이. 그것이 나미아불타불의 기적이고 시의 기적이다. 이런 기적이 한 편의 시를 이루고, 그러한 시의 축적이 진정한 민족의 역사의 기점(起點)이 된다. - "시여, 침을 뱉어라" 중에서 - 어디 시인에게만 해당되고 시에만 해당이 되는 말이겠습니까. 오늘 저녁 광화문에서 우리와 우리가 외친 소리들도 그럴 것입니다. 2017. 2. 19.
올 가을에 한 일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매 주말을 '질긴 닭' 때문에 보냈다. 어제 저녁 집회에서 본 재미있는 글. "연쇄담화범!" 낮에 대학 친구 두 명과 간만에 만나 점심을 먹고 시청에서 효자동까지 걸었다. 밤엔 다시 아내와 같은 길을 걸으며 주위 사람들과 '돌림 구호'를 외쳤다. "내려와!" "쫌!" "내려와!" "쫌!" 외국인들에게 우리 말을 가르치는 자격을 위해 "한국어교원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직장생활 32년 동안 3분의 1을 해외생활로 보냈고 출장 기간까지 합친다면 거의 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거기에 가족들과 틈 나는 대로 여행도 했으니 내 삶은 가히 역마살 낀 장돌뱅이의 삶이라고 해도 되겠다. 그 시간을 무시히 마치기까지 얼굴 다르고 말도 다른 많은 외국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던 사람도 있.. 2016. 12. 4.
가자 광화문으로! 첫눈 오시는 날! 마를 믹서기에 갈았다. 아내가 좋아하는 전을 부치기 위해서였다. 눈은 함박눈처럼 변했다 잦아들면서 비도 함께 내렸다. 이런 날엔 따끈하고 고소한 전을 먹는 게 어울리리라. 딸아이 집에서 아내는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사위가 먼 나라로 출장을 가있는 동안 손자를 보러 가있었던 것이었다. 피곤이 얼굴에 가득 했다. 나는 이제까지 매주 나갔던 집회를 오늘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내는 뜻밖에 자못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가야지! 날 궂다고 안 가고 피곤하다고 안 가면 그것들이 또 우릴 우습게 알거야." 겁 많고 온순하고 체력도 약한 아내를 저렇게 만드는 세상. '부정한 시대는 가장 온순한 사람들을 가장 열렬한 투사로 만들어 낸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게 아직 야.. 2016. 11. 27.
하지원을 욕되게 하지마라 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적어도 우리 가족들은 인정하는 배우 하지원씨의 팬이다. 요즈음은 맛이 갔지만 예전엔 그런대로 괜찮았던 시절 MBC의 연속극 "다모" 이래 하지원씨의 연기에 매료되었으니 꽤 오래된 팬이다. 이서진의 유명한 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가 나오는 바로 그 연속극 말이다. 그런데 최근 파란 지붕 밑에 사는 '그녀'가 하지원씨의 극중 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불법의 현장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 공부하고 있는 우리말에 따르면 '그녀'란 인칭대명사는 원래 우리말에 없는 것으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지만 '그녀' 역시 그 집에 살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사용한다.) 그러지 않아도 성질이 나있는데, 이건 하지원의 팬으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 아닌가. 3주 연속 광화문에 나.. 2016. 11. 19.
내가 읽은 쉬운 시 55 - 김정환의「입성(入城)」 *위 사진 : 1987년 당시의 잡지 "말"과 국민운동본부의 유인물. 소위 '꽃병(화염병)'을 손에 든 전투경찰의 모습이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시사하는 듯하다. 2016년 11월 5일과 12일.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반복되는 추악한 스캔달은 몇몇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그 추악함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87년 항쟁 이후 30년을 '자괴감' 없이 돌아볼 수 없는 이유다. 기득권의 토대는 여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30년의 세월에 시위의 양상은 바뀌었다. 최루탄에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치약을 바르며 버티던 거리는 분노와 함께 축제와 같은 신명과 '상큼발랄'이 넘쳤다. 시위가 끝난 뒤 사람들은 차분히 쓰레기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의 본질과 시위의 목.. 2016. 11. 13.
10월29일 저녁 청계광장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지나며 보았던 책 선전 문구가 의미 있는 '명령'처럼 느껴지던 저녁. 아내와 머릿수 두 개를 보태러 나갔다. 쌀쌀한 늦가을 슬퍼하면서도 함께 분노했던 그 자리 그 시간 그 사람들이 전해준 위로에 감사를 보낸다. 넷크라소프의 싯귀였던가?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나는 '조국' 대신 '진실'이란 말로 바꾸고 싶지만. 2016.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