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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5

내가 읽은 쉬운 시 165 - 김정환의「육교를 건너며」 *텔레비젼 중계 화면 촬영 *영화 『기생충』 중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나는 아내와 작년 6월 극장에서 본 『기생충』을 다시 한번 더 보는 것으로 수상을 자축(?) 했다. 이번에는 인터넷으로 보았지만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여전히 흥미롭고 충격적이었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829 ) 묵직한 여운이 남았던 『살인의 추억』에 비해 『괴물』이나 『설국열차』는 개인적으로 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보다는 『플란다스의 개』와 『마더』가 더 인상적이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그럴 전문성도 없지만) 나의 장르별 선호도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아무튼 『기생충』은 봉준호에 대한 기대치에 부응하며 그간의 미진함을.. 2020. 2. 12.
내가 읽은 쉬운 시 120 - 김정환의「닭집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달력에 앞서 자연의 변화를 보며 씨를 뿌리거나 수확하는 시기를 감지한다고 한다. 감꽃이 피면 올콩을 심고, 감꽃이 지면 메주콩을 심는다거나 진달래가 피면 감자를 심고, 고추잠자리가 날면 배추를 심고, 옥수수의 수확 시기는 새 파먹은 자국을 보며 안다고 한다. 농민에는 못미치겠지만 비슷한 감각과 지식으로 아내는 제철의 식재료를 기억하여 일년 먹을 양식거리를 준비한다. 몇년 새 내가 부엌 살림을 한다고 수선을 피우지만 사실 상차림의 기본을 이루는 음식들은 여전히 아내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유월만 해도 아내는 메실장아찌와 메실청을 만들고, 들깻잎을 절이고, 햇마늘을 갈아 냉동실에 저장하고, 오이지도 담궜다. 시기를 놓치면 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그러다보니 집에서 가까운 대형마트 대신에 .. 2019. 6. 28.
내가 읽은 쉬운 시 55 - 김정환의「입성(入城)」 *위 사진 : 1987년 당시의 잡지 "말"과 국민운동본부의 유인물. 소위 '꽃병(화염병)'을 손에 든 전투경찰의 모습이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시사하는 듯하다. 2016년 11월 5일과 12일.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반복되는 추악한 스캔달은 몇몇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그 추악함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87년 항쟁 이후 30년을 '자괴감' 없이 돌아볼 수 없는 이유다. 기득권의 토대는 여전하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30년의 세월에 시위의 양상은 바뀌었다. 최루탄에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치약을 바르며 버티던 거리는 분노와 함께 축제와 같은 신명과 '상큼발랄'이 넘쳤다. 시위가 끝난 뒤 사람들은 차분히 쓰레기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의 본질과 시위의 목.. 2016. 11. 13.
내가 읽은 쉬운 시 9 - 황동규의「즐거운 편지」와 김정환의 「가을에」 시인 황동규는 고등학교 시절, 연상의 여대생을 사랑하여 한 편의 시를 지었다고 한다. 바로 「즐거운 편지」다. 1958년 그의 시단 데뷔작이기도 하다.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2014. 5. 10.
장마의 기억 장마철마다 서울은 수도(首都) 아닌 '수도(水都)'가 되곤 했다. 매년 한두 번씩 중랑천 물이 넘쳤다. 아버지와 청량리를 다녀올 때면 버스 창문 너머로 거센 흙탕물이 다리 교각을 휘감으며 위압적으로 갈기를 세우곤 했다. 천변 방죽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검은색 루핑의 집들이 여차하면 물길에 휘말릴 듯 위태롭게 보였다. 가재도구들이 숨바꼭질하듯 물속에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하며 빠른 속도로 떠내려 갈 때도 있었다. 그럴 즈음이면 동네 친구들 사이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떠돌곤 했다. 돼지 따위의 가축들이 산 채로 허우적거리며 휩쓸려 갔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튼튼하게 꼰 새끼줄로 고리를 만들어 영화 속 카우보이처럼 그 돼지를 건져냈다고도 했다. 무슨 청승이었을까? 한번은 동네 개구쟁이들이 그 물난리.. 2013.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