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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쑥국4

도다리쑥국으로 시작하는 봄 연둣빛 봄이 여기저기서 '클릭 클릭'을 시작했다. 손자저하들과 보내다 잠깐 주어진 휴식의 시간. "혹시 도다리쑥국을 시작하셨나요?" 때가 너무 이르지 않을까 전화로 조심스레 식당에 물었더니 이미 개시했다고 한다. 따뜻한 겨울 날씨 덕에 봄쑥이 일찍 나왔나 보다. 해마다 이른봄이면 을지로에 있는 식당 충무집에서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아내와 함께 하는 봄맞이 행사 중의 하나다. 봄이면 통영 땅 남도 천리로 가 갯 처녀의 비린 향기가 나는 도다리쑥국을 홀린 듯이 먹는다. 해수 쑥탕에 누워 목욕하고 있는 도다리 살맛이라니 - 장우식, 「도다리쑥국」 중에서 - 인용한 시는 좀 비릿하고 에로틱하지만 정작 도다리쑥국은, 된장과 쑥과 도다리가 제각각 그리고 합쳐져, 그윽하고 정갈한 맛을 냈다. 함께 먹는 멍게밥에도 유.. 2024. 3. 7.
도다리쑥국 먹고 덕수궁 가기 봄동이 끝나갈 무렵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봄동은 집에서 국도 끓이고 데쳐서 나물도 무치고 겉절이도 만들어 먹지만 도다리쑥국은 을지로입구 충무집에서 사 먹는다. 물냉면처럼 은근한 맛의 음식엔 아직 나의 솜씨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년 봄엔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 도다리쑥국은 남해안 - 통영(충무), 고성 거제 일대 -의 토속 음식이라고 한다. 제철인 봄을 맞아 살아 통통이 오른 도다리 토막과 바닷바람을 맞고 돋아난 햇쑥을 옅은 농도로 된장을 푼 육수에 넣고 끓여내는 도다리쑥국은 별 기교가 없는 단순하고 소박한 맛이다. 아내와 나는 첫술을 뜰 때 입안에 감기는 그윽함에 종종 눈을 한번 감곤 한다. - 이곳 나의 글,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다 " 중에서 - 늘 그래왔듯 멍게비빔밥을 곁들여 먹고 가까운 .. 2023. 3. 5.
잘 먹고 잘 살자 44 -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다 봄을 느끼게 하는 음식? 내 기억 속엔 단연 냉이국이다. 봄이면 종일 들로 산으로 쏘다니다 해가 뉘엿해서야 대문을 열고 들어서던 내 어린 시절, 개구장이의 후각으로도 감별해 낼 수 있었던 진한 냉이된장국 냄새. 온 집안에 퍼지던 그 냄새는 바쁜 들일 중에도 짬을 내어 한 소쿠리 가득 냉이를 캐오시던 어머니의 부지런함으로 가능했던 향기였다. 고소한 내음이 입안에 가득하던 냉이무침은 또 어떠했던가! 삼십여 년 전의 결혼 초기까지만 해도 아내는 발품을 팔아 어느 가게에선가 향이 짙은 냉이를 사오곤 했었다. 그런데 이젠 도시에서 그런 냉이를 만날 수 없다. 향이 사라진 '모양만 냉이'인 냉이는 더 이상 봄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내가 봄 음식으로 꼽는 것은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 「.. 2017. 3. 21.
전 부쳐 먹은 경칩 불과 일주일 전에 함박눈이 앞을 볼 수 없도록 '억수로' 퍼부었는데 오늘은 번개와 천둥까지 동반하여 비가 내립니다. 게다가 개구리가 눈을 뜨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경칩(驚蟄)이네요. 문을 열고 아내와 빗소리를 듣다가 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비 오는 날은 아무래도 전이 어울리네요. 햇쑥이 나왔을라나요? 다음 주엔 통영의 봄음식인 도다리쑥국을 먹어봐야겠습니다. 먼 통영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에서도 맛 볼 수 있는 음식이거든요. 남해의 바람과 햇살이 키운 고운 쑥과 살이 통통 오른 봄도다리의 만남. 봄이 너무 짙어 쑥이 쇠기 전에만 맛볼 수 있는 담백한 맛. 기다려봅니다. 2016.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