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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6

멕시코시티 (끝)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 중의 하나가 빵 굽는 냄새다. 어릴 적 버스를 타고 청량리까지 나가 목욕을 마치면 아버지는 종종 ‘무슨무슨당(堂)’이라는 빵집으로 나를 데리고 가곤 하셨다. 같은 서울이라고 해도 내가 살던 동쪽 끝의 마을에는 목욕탕도 없던 60년대 중반의 이야기다. 무슨 빵을 먹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처음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온몸에 휘감겨오던 그 감미롭고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는 지금도 생생하다. 빵 냄새가 잘 나지 않는 현대식 프렌차이즈 빵집은 그래서 내게 큰 매력이 없다. 전날 저녁 숙소에서 가깝고 괜찮은 식당이 없을까 론리플래닛을 뒤적이다 보니 EL CARDINAL이라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BREAKFAST IS A MUST”라고 강조하는 문구를 기억하여 뒷날 아침 식사.. 2014. 5. 6.
멕시코시티 3 숙소 식당에서 메뉴를 보는데 수프의 메뉴 중에 메뚜기와 함께 나오는 수프가 있었다. 종업원에게 ‘메뚜기가 같이 나온다’는 말이 정확하게 어떻게 나온다는 뜻이냐고 했더니 수프에 기름에 튀긴 메뚜기를 뿌려서 나온다고 했다. ‘메뚜기 토핑 수프?’ 어렸을 적 메뚜기튀김을 먹어보긴 했지만 수프와의 조합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지라 조금은 엽기적이라 느껴졌다. 별로 내키지 않아 다른 것을 고르려고 했는데, 종업원이 메뚜기를 수프에 넣지 않고 별도의 그릇에 담아오겠다고 한번 시도해보라고 했다. 호기심에 시켜보았다. 수프의 맛은 평범했다. 메뚜기튀김도 어릴 적 먹던 그 맛이었다. 수프에 넣어 먹어보았는데 별로 어울리는 맛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왜 이런 음식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종업원은 원래 옛날 멕시코인들이 메뚜.. 2014. 5. 6.
멕시코시티 2 멕시코 국기에는 독수리와 뱀, 그리고 선인장의 문양이 들어있다. 독수리가 뱀을 물고 선인장 위에 앉아있는 곳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도시를 세우라는 신의 계시를 받은 아스떼까 LOS AZTECA 사람들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계시에 따라 아즈떼까 사람들은 지금의 멕시코시티의 중심인 소깔로 광장에 떼노치띠뜰란 TENOCHITITLAN 이란 도시를 세웠다. 지금은 육지이지만 당시에는 거대한 호수 속의 섬이었다고 한다. 떼노치띠뜰란은 번성을 구가하여 인구가 8만에 달했다고 한다 (15만 이상이었다고 주장하는 글도 보았다.)> 당시 스페인 최대도시의 인구가 4만5천명 정도였다고 하니 떼노치띠뜰란의 규모가 굉장했던 것 같다. 1519년 스페인의 꼬르떼스 HERNAN CORTEZ 라는 인물이 병사들을 이끌고 침략을 했.. 2014. 5. 6.
멕시코시티 1 오래 전 한국에서 덴젤워싱턴이 주연한 영화 “맨 온 파이어 MAN ON FIRE”를 아내와 함께 본 적이 있다.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다. 귀엽고 깜찍한 아역 배우 다코타 패닝도 나왔다. 덴젤워싱턴은 ‘멋지게’ 총질을 해대며 납치된 아이를 구해 냈다. 영화 서두에 멕시코시티(중남미?)에서 몇 분마다 한 번씩 납치와 살인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통계가 내레이션으로 나왔다. 놀랍도록 높은 수치였다.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까, 싶었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멕시코와 멕시코인은 대부분 마약이나 폭력과 관계된 범죄자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실 마약과 폭력은 멕시코의 가장 큰 문제이기는 하다. 지난 2009년 경제 위기 때 미국과 맞닿은 국경도시에서 일어나는 총기 살인의 빈도는 전 세계 비전.. 2014. 5. 6.
이천 년의 떼오띠우아깐을 세 시간만에 돌아 보다 언젠가 멕시코의 몬테레이로 출장 다녀왔다고 하자 한국 본사 동료 하나가 “아! 몬테레이! 거기 청소년 축구가 세계4강에 올랐을 때 경기를 한 곳인데.” 하고 말했다. 대단한 기억력이었다. 83년 당시 박종환감독이 이끄는 우리 청소년 대표팀이 결승의 문턱에서 브라질에게 패한 것은 나도 모르지 않지만 그곳이 몬테레이인 줄은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못미치지만 한 때 내 기억 속에도 멕시코는 대부분 축구에 관한 것으로 채워져 있다. 1970년 저 유명한 펠레를 위시하여 자일징요, 토스탕, 리베리노. 게르손 등이 활약하던 화려한 브라질 축구가 월드컵 3회 우승으로 줄리메컵을 영원히 차지한 곳이고 (생중계가 없던 시절이라 몇 달이나 지난 뒤에 녹화방송을 흑백텔레비전으로 보면서도 얼마나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던가.) 8.. 2014. 3. 25.
차타고 지나가며 본 멕시코시티.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티후아나에서 비행기로 세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세계 100대 부호 중에 14명이 산다는 해발 2300미터의 고지. 스페인에 정복되기 전까지는 아즈텍 문명이 번성했다는 곳. 치안 상태는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운전수는 저녁이 되자 문을 잠그라고 주의를 주었다. 업무에 쫓겨 차를 타고 가며 도로변의 모습을 몇 장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등감도 오만도 없는 시각으로 그들이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다시 보고 싶다. 2012.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