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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산방4

성북동을 걷다 서울에 걷기에 좋은 곳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동대문에서 낙산을 거쳐 성북동에 이르는 길이나 복개된 성북천 일대의 성북동은 아내와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아내와 나는 마치 우리만 아는 비밀의 장소인양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족과 지인, 친구들에게 권하고 함께 걸었다. 이용의 노래 덕에 뭔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10월의 마지막 날. 코로나 와중에 비대면 온라인강좌를 들으며 알게된 영상 독서토론 모임인 "동네북" 회원 여덟 분과 마침 그 길을 걷게 되었다. 지난봄 서촌에 이어 "동네북"의 두 번째 당일기행이다. 좋아하는 곳이다보니 블로그에 지난 글이 꽤 여러 개 있다. 새삼 덧붙일 것이 더 없어 "동네북"이 걸은 순서를 따라 지난 글을 링크한다. (이번 기행에 가보지 않은 곳도 있지만 이 기회에 정리해 본.. 2023. 11. 3.
성북동 나들이 한성대입구역 근처 "국시집"은 칼국수로 유명한 식당이다.. 성북동이나 대학로를 나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들리는, 30년 이상된 우리 가족의 단골집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구수한 칼국수 맛이 한결같다. 아내와 나는 처음엔 나온 그대로의 슴슴한 맛을 즐기다가 반쯤 먹고 나면 파와 고춧가루를 다진 양념을 넣어 두 가지 맛으로 먹는다. 이번엔 오래간만이라 작은 수육 한 접시도 더했다. 역시 변함없는 맛이었다. 칼국수와 수육 이외에는 대구전과 문어숙회가 메뉴의 전부였는데, 뜬금없이 LA갈비가 메뉴에 올라있다. 선주후면(先酒後麵)에는 기왕의 안주만으로 충분해 보이는데 코로나를 지나면서 자구책으로 메뉴의 다변화를 꾀한 것일까?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와 나로서는 칼국수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노포의 변화.. 2023. 3. 26.
성북동 걷기 석 달 만에 지하철을 탔다. 그동안 여행은커녕 외출조차 최소한으로 자제하며 지냈고 꼭 멀리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다시 말하기도 지겹지만, 최근에 겪은 모든 비정상적인 상황은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다. 덕분에 손자친구를 자주 볼 수 있던 것은 즐거웠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는 점에서 둘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야니님과 아니카님을 만나서 낙산성곽길을 걸었다. 길은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어서 편안했고 투명한 공기는 언덕을 오를수록 우리의 시야를 먼 곳까지 틔워주었다.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하고 신앙처럼 아름다운" 산행을 꿈꾼다는 산악인이 있었던가. 이 수식어를 걷기에 가져와도 어색할 리 없겠다. 더군다나 화사한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 속을 '유익하.. 2020. 5. 15.
지난 국토여행기 2 - 서울 성북동과 성북동 사람들3 심우장을 내려와 지하철역 방향으로 5분쯤 걷다 보면 오른편으로 붉은 벽돌로 깔끔하게 지어진 덕수교회를 보게 된다. 수연산방은 그 맞은편 성북2동사무소 옆에 자리 잡고 있다. 1998년에 전통찻집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소설가 상허(尙虛) 이태준(1904 -?)의 집으로,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함석처마를 덧댔을 뿐 나머지는 이태준이 머물던 시절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 때문에 이태준과 관련된 자료 몇 점이 거실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대문을 들어서면 작은 마당에 가꾸어진 화단이 소담스럽고, 우물과 두레박, 장독대가 정겹게 다가온다. 마당 가장 안쪽에 ㄱ자 모양의 소박한 기와집 한 채가 있다. 문향루(聞香樓)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은 이태준이 1933년부터 1946년까지 머물면서 「달밤」,「.. 2012.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