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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출장단상 - 그들의 성조기.

by 장돌뱅이. 2005. 7. 6.


*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국경 검문소-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영화 '트래픽'에도 나오는 곳이다.


* 미국에서 멕시코 티후아나시로 들어가는 국경입구 - 자유롭게 입국이 가능하여 한가롭다.


미국 현지 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차의 조수석 앞에는
작은 성조기 두 개가 교차해서 세워져 있다.

“웬 성조기?”
“그냥. 이렇게라도 하면 국경 검문소 통과가 조금이라도 쉬울까 해서요.”
현지 직원은 좀 겸연쩍어 하며 말했다.

샌디에고의 미국 법인은 인접한 멕시코의 티후아나(TIJUANA)에 공장을
갖고 있는 터라 매일 출퇴근시에 최소한 두 번은 국경선을 넘어야 한다.
아침 출근 시에 멕시코로 넘어가는 것은 쉽게 통과를 할 수 있으나
문제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퇴근 때이다.
늘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가려는 차량으로 북적이며 시간이 지체된다.
게다가  미국이 불시에 입국검사를 강화하는 날이면
단순 국경통과에 몇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9.11 사태 직후에는 매 차량마다 본네트와 뒤트렁크를 열어보는 것은
물론 차 하부까지 철저한 검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성조기는 그때부터 세워 놓은겁니다.”
“그래서 잘 봐주던 감?”
“모르겠습니다. 그냥 난 니들 편이야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살벌했으니까요 특히나 유색인종에겐.”


*숙소 HAWAIIAN INN 과 성조기

나의 숙소였던 샌디에고의 하와이언 인(HAWAIAN INN)에도 전에 없던
미국기가 높은 곳에 달려 있었다.
도로변의 아름다운 집 창문에도 크고 작은 성조기가
‘WE REMEMBER AMERICA.'나’
'WE LOVE AMERICA'란
글귀와 함께 붙어있는 것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들이 미국을 사랑하고 영원히 기억한다는데 시비를 걸필요는 없겠다.
어쨌거나 미국인으로서는 애국적 표현일 테니까.
그러나 국가에 대한 사랑은 통치권력에 대한 사랑과 동일시 될 수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 국가에 대해 명분 없는 전쟁과 살육을 일삼는 권력이라면
분명하게 반대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일 것이다.
L.A 에서 있었던 한 반전집회에서 받은 찌라시처럼.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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