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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출장단상 - 빨래널기.

by 장돌뱅이. 2005. 7. 6.

어릴 적 우리 집 뒷마당에는 긴 빨랫줄이 있었다.
그 빨랫줄에 어머니는 여러 가지 빨래들을 두드리고 삶아 널었다.
어머니의 번잡한 일상만큼이나 빨래들의 색깔과 종류도 다양했을 것이나
어찌된 일인지 나의 기억 속에 그 빨랫줄엔 늘 희고 깨끗한 빨래들만 널려있었던 것만 같다.
아마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깔끔하신 살림 솜씨가 내 기억 속의 빨래들의 색깔조차도
정갈하게 표백시켜놓은 탓일 게다.

아직 내게 아파트건 단독주택이건 집에 널려있는 빨래는 생활의 냄새를 느끼게 한다.
그런데 샌디에고에선(아파트에선?) 빨래를 베란다에 널지 못한다고 한다.
설혹 넌다고 하더라도 베란다 높이보다 낮은 위치에 널어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빨래 건조의 실용성보다 도시 미관을 우선 고려한 방식이리라.
 
홍콩이나 중국을 다녀온 사람은 알겠지만 그곳 아파트에는 대부분 기다란 장대같은 것을
베란다에서 비깥쪽 허공으로 뻗쳐놓고 거기에 빨래를 내걸어 건조시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집집마다 그런 방식으로 빨래를 널으니 아파트의 외관이 솔직히
그리 아름다워보이지 않았다. 홍콩은 땅이 좁으니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 치더라도 중국 본토는 드넓은 땅에서 왜 그렇게 옹색스럽게 보이는 방법으로
빨래를 너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베란다를 넓게 하여 그 안쪽에
건조대를 설치하고 널어도 될 터인데  말이다.
(하긴 요즈음 우리나라 강남의 한 아파트에선 '서민아파트'처럼 보인다고 베란다에 빨래를
널지 못하게 한다던가? 듣던 이유 중에 가장 천박해 보인다.)

빨래 하나 너는 방식에서부터 크건 작건 세상은 늘 서로 다른 차이로 가득하다.
삶의 방식도, 그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도,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위 사진 : 미국 출장시 숙소와 숙소 주변.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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