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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걷기

by 장돌뱅이. 2014. 5. 9.

샌디에고에서 가장 자주 걸었던 길은 사실 집 주변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스타벅스까지 걸어가 차를 마시고 오거나
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코스트코까지 걸어가서 물건을 사오거나 하는 식.
어떨 때는 내가 먼저 차를 운전하여 가서 주차장에 세워놓고 달리기로
집으로 돌아와 다시 아내와 걸어가서 물건을 산 후 차로 돌아오기도 한다.

차로 보는 풍경과 걸으면서(달리면서) 보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차창 밖의 풍경은 그저 지나가는 풍경이지만 걸으면서 보는 풍경은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는 풍경이다.
익숙한 집 주위의 풍경도 걷다가보면 새로운 모습을 얻게 된다.
계절 변화의 차이가 미미한 샌디에고에서도 풀과 나무는 계절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키며 존재한다.
단순함의 반복인 걸음이 미세한 주변의 변화를 가르쳐줄 때
그것은 작고 소박하지만 새로운 기쁨이 된다.

  
햇살이 저렇게 섬섬(纖纖)한 낯을 하고
  
그 스스로의 황제에게 네 노래를 바치고자 기다리고 섰는데,

  
바람이 저렇게 지나가다 발을 멈춰 먼 바닷가
  
그 죽은 이의 무덤에 네 노래를 전하고자 기다리고 섰는데,

  
바위가 저렇게 꽝꽝한 몸뚱이를 네 곁에 웅크리고
  
오랜 침묵과 인욕의 그 어둠을 황홀히 밝히고자 기다리고 엎뎠는데,
  
(중략)

  
너는 왜 노래를 하지 않니?
                                          
-박두진의 시 중에서-

작년 딸아이가 샌디에고에 왔을 때 우리는 토레이 파인즈 TORREY PINES 트레일을 걸었다.
아내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라 딸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바다와 접해 있는 소나무와 관목이 어우러진 숲길이다.
봄이면 들꽃이 화려하게 피어서 아름답지만 사철 어느 때에 가도 좋은 곳이다.

 

 

 

 


*위 사진 : 토레이 파인즈

BANKERS HILL은 샌디에고 발보아파크의 서쪽 ( 다운타운의 북쪽)에 있다.
이곳은 20세기 초까지 샌디에고의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었다.
이후 잠시 쇠퇴기를 맞았다가 최근에 들어 회복이 되고 있다.
오래된 지역이니 만큼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 많다.
근처 EXTRAORDINARY DESSERTS라는 빵집에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걸으면 좋은 곳이다.
 

 

이곳은 현수교와 목재 다리로 계곡을 건너는 재미가 있다.
목재 다리 입구에 우체통처럼 생긴 작은 함이(세번째 사진) 있었다.
"LITTLE COMMUNITY LIBRARY"였다. 함속에는 책이 몇 권 보였다.
짦게 적힌 안내문이 앙증맞고 소담스웠다.

"THIS IS A FREE COMMUNITY RESOURCE.
IT'S EASY: IF YOU TAEK A BOOK, RETURN A BOOK.
ENJOY!"
 

 



현수교는 SRUCE STREET와 1ST AVE. 사이에 있다. 

 


*위 사진 : BANKERS HILL

KATE O SESSION PARK는 트레일 자체보다는 그곳에서 보는 풍경이 좋은 곳이다.
초록의 잔디밭 너머로 푸른 미션베이 MISSION BAY 의 바다와 언덕의 조밀한 집들이 내려다보인다.

 

 


*위 사진 : KATE O SESSION PARK

미션베이는 아내가 처음으로 5킬로미터 달리기 대회를 나가 공식 기록을 얻은 곳이라
나름 인연이 있는 곳이다. 아내와 달렸던 길을 다시 걸어보았다.
이곳에는 평화라는 추상명사를 물질명사로 가시화 시킬만한 풍경이 무심히 널려 있다.
 

 

 


*위 사진 : 미션베이

걷고 난 뒤 근처의 오션비치로 차를 몰았다. 그곳에 있는 호다스 HODADS라는 햄버거집도
샌디에고에 살면서 기억에 남는 곳이다. 양파튀김과 햄버거의 맛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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