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귀국 후 한달

by 장돌뱅이. 2014. 6. 2.

귀국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시차와 함께 미국과는 다른 한국의 일상에도 거의 적응이 되었다.
해외 지사의 '닭머리'에서 한국 본사의 '소꼬리'로의 급작스런 전환이 주는
빡빡함과 번잡함에도 큰 무리없이 '연착륙'이 된 것 같다.

오래 만나지 못했던 친척이나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도 몇번 있었다.
지독한 불경기에 충격적인 사건까지 더해져
힘들어 하고 슬퍼하고 흥분하면서도
저마다 주어진 삶을 끈끈하게 지탱해내고 있었다.

귀국 전의 결심대로 승용차 없이 보냈다.
가급적 택시 이용도 자제하고 주로 지하철과 버스를 바꿔 타며 다녔다.
불편함이 느껴졌지만 담배를 끊을 때와 같은 금단 현상으로 생각하며 인내하기로 했다.
익숙해지면 차차 나아지지 않겠는가.
아침마다 버스로 한강을 건너며 강변 도로에 꼬리를 물고 늘어선 차들의 행렬을 보게 된다. 
답답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풍경이다. 그럴 때마다 조심스레 그러나 단호하게 다시 다짐해 본다.
승용차 갖지 않기!

주말이면 아내와 이곳저곳을 걸었다.
이제 대여섯 코스를 끝냈을 뿐인 북한산 둘레길은
초록의 나뭇잎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을 주었다. 

집 주변의 가까운 곳을 걷는 것도 더 없이 좋았다.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욕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대한 열정이 커진 것은 제법 길었던 해외생활이 남긴 후유증일 것이다.

지난 주말에 집에서 출발하여 어린이대공원을 걸어서 다녀왔다.
가는 길에 대학교 교정을 가로 질렀다.
교내 호숫가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 시끄러운 발랄함과 싱그러움이라니!

일요일엔 세월호 때문에 연기되었던 달리기 대회에 참석하였다.
잠실올림픽구장을 출발하여 잠실대교를 돌아오는 10킬로미터 코스였다.
간만에 달려보는 것이라 몸이 노곤했다.
덕분에 집으로 돌아와 달디단 낮잠을 잘 수 있었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아이의 새로운 이름  (0) 2014.07.19
선거가 끝나도 세월호는 남아있다  (0) 2014.06.06
어느 해의 촛불집회  (0) 2014.05.18
꽃산 솟다  (0) 2014.05.18
멀리 있어도 사랑이다  (0) 2014.05.1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