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의 복(福)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덕을 좋아하여 즐겨 행하는 일), 고종명(考終命,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는 것)을 말한다.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함과 자손이 중다(衆多)함을 꼽기도 한다.)
박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그런 행복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그래서 박쥐는 천서(天鼠, 하늘나라의 쥐) 또는 선서(仙鼠 신선의 쥐)라고도 불렀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구나 옷, 침구류에 박쥐 문양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이다. (*맨 위 사진 참조 ; 조선시대 보료방석)
궁궐의 장식물에서도 박쥐의 모습은 볼 수 있다. 덕수궁 안에 있는 정관헌(靜觀軒)은 대한제국 시대인 1900년 러시아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다. 설계는 서양인이 하고 공사는 중국인이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국 분위기도 난다. ‘조용히 바라보는 집’이라는 이름처럼 고종이 휴식을 취하거나 손님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던 곳이라고 한다. 이 건물 정면 아래와 위쪽의 투각 장식물에 사슴, 소나무와 함께 박쥐의 모습이 들어있다.
몇 해 전 한국에 있을 적 가보았던 덕수궁의 사진들을 다시 보다가 그때는 무심히 보았던 작은 장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친근한 것 같은 데 잘 모르는 것들, 작아서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래 거기 그렇게 있어온(있어야만 했던) 것들을 볼 때마다 크고 화려한 것들이나 진귀하고 특별한 것에만 너무 목말라하며 살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살가운 모습들에 좀 더 오래 그리고 찬찬히 바라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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