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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발밤발밤14 - 예쁜 성당, 원효로성당

by 장돌뱅이. 2016. 5. 9.


내가 만난 가장 예쁜 성당.
바로 원효로성당.
1902년에 완공된 아담한 성당이다.

성당의 벽은 붉은 벽돌로,
기둥과 창문의 테두리는
옅은 회색 벽돌로 지어져 
두 색의 조화가 차분하고 따뜻하다.
단순한 구조의 성당 내부는 밝고 정갈하다.
편안함 속에 엄숙함이 스며 있어 
무릎을 꿇고 무언가 갈구하고 싶어지는 곳이다.




원효로성당은 옛 용산신학교의 부속성당이었다.
1902년부터 1958년까지 이 성당 안에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가
학교가 혜화동의 카톨릭 신학대학으로 이전하면서 그리로 모셔갔다고 한다.

성당은 성심수녀회 사무실, 성심여고, 성심 중학교 등과 함께 인접하여 있다.
70년대 후반 대학생이었던 아내와 나는 겨울방학 중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학교 주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흰눈학교"라는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이곳 성심여고에서 진행한 적이 있다.


아내를 향한 나의 '흑심'이 시작된 때가 그 무렵이었다.
아내는 내 은근한 '흑심'에 냉철한 선을 긋거나 시치미를 떼며 나를 애타게 했지만
결국 부부로 30여 년을 살게 되었으니 그것은 '내숭'이었음이 증명된 셈이다.
(아내는 지금도 내숭이 아니었다고 강력 주장한다.)
 

나는 성당 제단을 보며 기도를 올렸다.
"하느님, 그 시절 나의 철없는 흑심과 아내의 허술한(?) 내숭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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