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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59 - 김창완의「파도가 파도에게」

by 장돌뱅이. 2017. 1. 21.


*1월 21일 집회 사진과 한겨레만평


촛불은 언제까지 희망이 될까?
처음이었으니 끝도 될 수 있을까?

눈이 온다.
기온도 급강하라던가.
아내는 옷을 더 껴입을 뿐 투지만만이다.
나도 밑창 두터운 신발을 꺼낸 신으며 신들메를 조였다.

끝을 바로 내일 볼 수 없다고 해도
희망은 여전히 희망인 것이라고 다짐해 보며 


가자. 가서 부서진들, 형체도 없이
스러진들 어떠리 바람 따라 떠돌며
일어서라 일어서라 잠든 이를 깨우고
흩어지기 위해 모여 있는 모래에게
귀먹은 암벽에게 들려 줘야 할
이 함성 언제나 푸르구나 푸른 모가지
뽑아 올린 보리밭 위에도 황사 어지러워
거품 물고 죽은들, 죽어 수평선에서
갈매기 한 마리로 날아올라
저녁놀 비낀 빌딩 모퉁이 돌며
찢어진 광목필 피에 젖은 날개로써
어서 오라 어서 오라 손짓한다면
아직 끝날 수 없는 길 한가운데로
나의 덜미를 끌고 가겠는가 바람이여
단단히 엮은 우리들의 어깨 위에
햇빛과 달빛과 별빛이 다투어 빛나
가진 자가 버리는 어느 것도 돌려 보내면
우리는 맨몸, 뼈조차 안 가진
아무것도 안 가져 없어질 수 없는
맨몸, 푸른 잔디에 덮일지라도 가자
가서 우리는 하나임을 확인하러 가자.
                                                  <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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