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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잘 먹고 잘 살자 44 -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다

by 장돌뱅이. 2017. 3. 21.

봄을 느끼게 하는 음식? 내 기억 속엔 단연 냉이국이다.
봄이면 종일 들로 산으로 쏘다니다 해가 뉘엿해서야 대문을 열고 들어서던 내 어린 시절, 개구장이의 후각으로도 감별해 낼 수 있었던 진한 냉이된장국 냄새. 온 집안에 퍼지던 그 냄새는 바쁜 들일 중에도 짬을 내어 한 소쿠리 가득 냉이를 캐오시던 어머니의 부지런함으로 가능했던 향기였다. 고소한 내음이 입안에 가득하던 냉이무침은 또 어떠했던가!

삼십여 년 전의 결혼 초기까지만 해도 아내는 발품을 팔아 어느 가게에선가 향이 짙은 냉이를 사오곤 했었다. 그런데 이젠 도시에서 그런 냉이를 만날 수 없다. 향이 사라진 '모양만 냉이'인 냉이는 더 이상 봄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내가 봄 음식으로 꼽는 것은 을지로 입구에 있는 식당 「충무집」에서 먹는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쑥국은 남해안 - 통영(충무), 고성 거제 일대 -의 토속 음식이라고 한다. 제철인 봄을 맞아 살아 통통이 오른 도다리 토막과 바닷바람을 맞고 돋아난 햇쑥을 옅은 농도로 된장을 푼 육수에 넣고 끓여내는 도다리쑥국은 별 기교가 없는 단순하고 소박한 맛이다. 아내와 나는 첫술을 뜰 때 입안에 감기는 그윽함에 종종 눈을 한번 감곤 한다.

너무 이른 봄에는 쑥이 부드럽지만 향이 적고 늦은 봄엔 억세져서 먹을 수 없다. 요즈음이 제철이다.
도다리쑥국에 싱싱한 바다냄새를 응축시켜 놓은 듯한 멍게 비빔밥을 곁들이면 입안에서 화사한 봄이 만발한다. 아! 봄을 맛으로 표현하라면 바로 이 맛 아닐까? 평안도 정주가 고향인 시인 백석이 유독 통영을 좋아했던 이유엔 달콤한 연인의 기억만이 아니라 통영만의 음식도 있지 않을까?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백석의 시, 「통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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