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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by 장돌뱅이. 2017. 6. 23.

* 지금은 먼 하늘나라에 계 정병우선생님의 사진.
( http://jangdolbange.tistory.com/615 그리고 http://jangdolbange.tistory.com/617)


생전의 그가 짧은 글과 함께 나의 옛 홈페이지에 남긴 사진이다.
어둠 속의 불빛들이 따뜻한 사연을 담은 것처럼 예쁘게 다가온다.

   그제 내린 비로 오늘 내내 맑은 날이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에 남아 있습니다.
   피부에 와 닿는 서늘한 밤 공기의 느낌이 좋기만 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밤 풍경도 맑기 그지 없습니다.
   얼른 담아 봤습니다.

사랑이란 단어가 유난히 많이 나온 성당 주보를 보았을 때 
문득 불의한 시대에 치열했던 그의 삶과 고뇌가 떠올랐고
그가 지극히 사랑했던 그의 가족이 생각났고 가슴 한 쪽이 아려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편안하라는 나의 기도가 겸연쩍게 느껴졌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그렇다면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라는 말씀은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또한 서로를 사랑할 것이고,
서로를 향한 사랑 안에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움직임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행위로 드러나는 실천적인 것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을 본받아 무릎을 꿇고 이웃의 발을 씻어주는 사랑이고,
이들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랑이며,
힘 있는 이들이 힘없는 이들을 불의하게 내려누를 때에는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용감히 맞서는 사랑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랑은 결코 스러지지 않을 것이니(1코린 13.8참조)
우리는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사랑 안에서 비로소 예수님 안에 온전히 머물게 될 것입니다. 
                                                                    - 2017년 5월21일 성당 주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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