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을 때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면서 한달에 200km(매주 50km)를 달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퇴근 후 집에 오면 곧 바로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10km를 달리고
토요일에는 같은 거리의 도로를 달렸다. 거기에 토요일 아침 골프와 일요일엔 조기 축구까지
더했으니 좀 무리하달 수도 있는 계획이었다. 담당 의사는 나이를 생각하라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
사실 하프마라톤만을 위해서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당시에 아내가 한국에 다니러 가서 생긴 부재의 공간과 시간을 일부러
빠듯하게 만들어보자는 의도도 더해진 탓이었다.
(옛글에도 소인은 혼자 있는 시간을 피하라고 했으니까.^^)
실제로 200km의 목표를 채운 적은 딱 한번 - 처음 한달 동안이었다.
그 뒤 두 달 동안은 한달에 150km 정도를 달렸다.
세 달 후 한국에서 돌아오는 아내를 공항에서 만났을 때 아내는 야윈 나의 얼굴을 보고 기겁을 했다.
"당신 왜 그래? 어디 아퍼?"
내 몸무게는 7∼8kg이나 줄어 있었던 것이다.
(http://jangdolbange.tistory.com/823 & http://jangdolbange.tistory.com/841)
한국에 돌아와서도 나는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달리는 거리는 다시 반으로 줄어 이젠 일 주에 20km(한달에 80km)가 목표다.
겨울철에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달리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한강변을 달린다.
목표치를 낮춘 이유는 육십을 넘어선 나이에 대한 자각도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달리는 과정을 여유롭게 즐기고 싶어진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길게 (SLOW AND LONG)'가 달리는 방법이자 목표가 되었다.
자신만을 위한 쉬운 규칙을 만들어 지킨다는 시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일테면 "저녁 산책 후 책 읽기"와 "하루 중 가장 느긋한 시간에 커피 마시기" 같은.
일상의 작은 규칙들로 생활의 리듬을 주고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으로 자신을 대접한다는 것이다.
달리기의 거리 조정은 시인의 '쉬운 규칙'과 비슷한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목표를 더 세웠다.
어쩌면 내겐 달리기 보다 힘든 결심이라 즐기며 할 순 없을 것이다.
단 것(구체적으로 아이스크림과 쵸코렛, 카라멜 마키아토 등)을 먹거나 마시지 않기로.
적어도 7월말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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