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중국

지난 여행기 - 1999북경2

by 장돌뱅이. 2017. 8. 29.

2. 먹어야 산다
간 밤에 손님과 마신 술 때문에 배가 더부룩했다.
'우정이 깊으면 단숨에 마셔야 한다'는 중국말이 있다는 선배의 충고를 따라
호기를 부리며
수없이 간뻬이(干杯)를 했던 것이다.

밥 생각은 없었지만 나는 한 손으로 배를 쓸며 호텔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 때 나는 제품 수출 관련하여 중국을 방문 중이었고
하루종일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중국인들과 협상을 계속하려면,
그리고 저녁 때 마다 퍼부어지는
독한 중국술 세례를 견디려면
식사라기 보다 안주를(?) 조금이라도 미리 먹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으로 오렌지 쥬스 한 컵과 달걀 후라이 2개를 먹으려고 했다.
"오렌지 쥬스 앤 투 후라이드 에그스"
" ...???....셔머?"
그러나 주문을 받으려고 다가온 남자 종업원에게 나의 주문은 너무 어려운 영어 인 것 같았다.
불행하게도 나 역시 그 때는 중국방문 초창기라 기초적인 중국어도 전혀 안되는 상황이었다.
업무 협의는 영어로 그럭저럭 하면 되는데 혼자 있을 때가 문제였다.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나의 주문을 반복해 보았다.
"오.렌.지, 오.렌.지.주스. 완 오렌지 주스 앤 투 후.라.이.드 에.그.스. 에그"
".....???....."
그는 별안간 등을 확 돌리더니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서 그 곳에 있던 여종업원과 무엇인가를 한참 말을 주고 받았다.
마침내 여직원이 그가 들고 있던 주문용 메모지를 받아들더니 나에게로 다가왔다.
"쌩큐!" 나는 그녀가 와준 것이 고마워서 인사를 하고 내 주문을 천천히 또박또박 반복했다.
"아이 원트 어 컵 오브 오렌지 주스 앤 투 후라이드 에그스"
"...???..."
그녀도 못 알아먹는 것 같았다. 나는 메뉴를 찾아 보았다.
"두 유 해브 어 메뉴 인 디스 레스토랑?......메뉴?......메.뉴. "
"...???..."
그녀도 중국말로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내가 이번엔 내가 이해 할 수 없었다.
나는 몸짓을 써가며 최대한 설명하려 했지만 '망할 놈'의 오렌지 쥬스를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한단 말인가?
결국 그녀도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다. 나는 나 이외에 누구든 다른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도 주문을 할 것이고 무엇을 시키던 그와 같은 음식을 먹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 별안간 반가운 영어가 들렸다.
"메이 아이 헬프 유?"
내겐 구원과도 같은 소리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검은 호텔 제복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 서 있었다.
깔끔한 인상이었다. 그녀의 가슴엔 한문 이름과 MANAGER라는 영문 직위가 새겨진 금빛 명찰이 빛나고 있었다.
"오브 코오스. 유 메이 헬프 미."
나는 신이 나서 농담까지 해 가며 나의 주문을 반복했다. 그런데,
"...???..." 그녀 역시 내 말을 전혀 알아 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발음을 잘못하고 있나 싶어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 가며 다시 말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나의 머리를 쥐어 박고 싶었다.
왜 내가 그 생각을 못 했지? 나는 볼펜을 꺼내 내가 원하는 걸 적어 주었다.
"ORANGE JUICE AND TWO FRIED EGGS."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가 아는 말은 '메이 아이 헬프 유'가 전부 인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적어준 쪽지를 들고 식당 안에 있던 서너명의 사람을 모아 협의까지 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는 듯 했다.
나 역시 고민 끝에 오렌지 쥬스를 커피로 바꾸어 보았다. 다행히 그녀는 이해하였다.
하지만 달걀 후라이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었다.

마침내 나는 그녀를 다시 불러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닭을 그리고, 달걀이 나오고, 깨뜨려 노른자 위와 흰자가 나온 모습.....
(오렌지는 아무리 그릴려고 해도 찐빵처럼 그려져 실패했다).
나의 그림 솜씨가 훌륭했던 것일까? 그녀는 미소와 함께 비로소 이해를 하였다.
90년대 초반 어느 날, 상해 외곽의 한 호텔에서 있었던 일이다.

1966년부터 중국 대륙을 휩쓴 이른 바 '문화혁명'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 영어는 제국주의 언어로 배척되었던 것 같다.
'황무지를 개척하여 원시적인 상태에서 하나의 생활 단위를 땀흘려 건설'하는 것만이 영웅시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인해
그때 젊었던 혹은 어렸던 세대에게 영어는 소통이 힘든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지금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영어는 다시 국제언어로 자리잡아 학습열이 대단하다고 한다.
지난 몇년간 출장과 여행 중 만나 본 몇몇 젊은 학생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


3. 그래도 버려야(?) 산다
"중국에서는 공중 화장실을 찾기가 제일 쉽다. 눈을 감고 코만으로도 찾을 수 있다." 는 말이 있다.
공중 변소가 더럽고 악취가 많이 난다는 사실을 풍자한 말이다.
중국 농촌에서는 유기비료를 모아야 하므로 집집마다 화장실이 있으나
도시에서는 집집마다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공중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관념에서 화장실이란 그냥 오물을 배설하는 곳일 뿐이다.
비록 사람들이 이 곳 없이 살 순 없지만, 잠깐 머물러 있는 곳이므로 위생 조건 같은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1986년까지 북경 시에는 6,805개의 공중 화장실이 있었다고 한다.
화장실이 집에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평균 1천 명에 화장실 하나 꼴이다.
더욱이 잘 관리도 되지 않아 더럽기가 그지 없었다고 한다.
상해에서는 1990년까지 평균 7,538명이 화장실 하나를 이용해야만 했다.
대도시가 이러니 중소도시는 더욱 형편이 없었다고 보아야한다.

물론 호텔, 고급식당, 백화점등에는 우리와 같이 깨끗한 현대식 화장실이 있다.
다만 공중 화장실이 문제인데 우리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공중화장실 청결 운동을 벌이 듯이
중국 정부도 공중 화장실 개조에 대량의 자금을 투입함으로서 지금은 그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그래서 대도시나 이름난 관광지에는 그런대로 깨끗한 유료 화장실이 생겼다.

그래도 아직 외국인이 사용하기 힘든 상태의 중국식 무료화장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고 한다.
나는 중국 출장 중 그런 화장실을 경험한 적이 있다. 화장실 문이 없고 콘크리트로 막아 놓은 앞뒤
칸막이도 낮아
앞사람의 뒤통수가 보였었다. 좀 심한 경우는 칸막이조차 없이 길게 발판만 걸쳐 놓아
나란히 앞사람의 히프를 보면서
일을 봐야 하는 화장실도 있다고 한다.

하여튼 중국 여행 중엔 반드시 호텔에서 외출전에 일을 보고 나오는 것이 좋다.
이번 중국 여행중 아내와 딸아이가 관광지인 룽칭사(龍慶峽 ) 앞에 있는 공중 화장실을
갔다 오며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종내는 허리를 꺾으며 웃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 곳 화장실엔 버젓이 문이 달려있는데도 한 무리의 중국 아가씨들이 몰려 들어와
굳이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볼 일을 보더라는 것이다.
아내와 딸아이는 좌우에서 저마다 힘을 쓰며 크고 작은 거사(?)를 치루고 있는 아가씨들을

눈으로 힐끗거리며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태연하게 멀뚱멀뚱 눈을 마주치는 아가씨도 있었단다.
그래서 내가 말 해주었다.
"니 하오?라고 인사라도 하고 나오지."

농담반 진담반 중국 화장실을 가는데 필요한 물품을 다음과 같이 추천한다.
첫째, 썬그라스 : 볼일 볼 때 옆사람과 눈이 마주칠 때 나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또는 그 때의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둘째, 양산       : 화장실문이 없어 앞을 가려야 할 경우
세째, 화장지    : 이건 진짜 필수다. 중국 화장지는 때때로 샌드 '빼빠' 수준이기도 하다.

한 겨울에 선그라스 끼고 양산을 펴 든채 화장실로 간다?......
중국의 유원지에 있는 대부분의 화장실은 유료로, 사용료를 받는 사람이
남성용 · 여성용으로 나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중국 정부가 실업율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런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행과 사진 >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 여행기 - 1999북경4  (0) 2017.08.30
지난 여행기 - 1999북경3  (0) 2017.08.30
지난 여행기 - 1999북경1  (0) 2017.08.29
중국 상하이 출장  (0) 2016.03.29
중국 양저우 출장  (0) 2015.08.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