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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중국

지난 여행기 - 1999북경3

by 장돌뱅이. 2017. 8. 30.

4. 중국 국내선 비행기 타기
먼저 1984년에 중국을 여행한 한 서양 아저씨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물론 15년전의 이야기이니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처럼 중국도 맹렬히 변화하고 있는 중이므로.


나는 공항에 (출발 예정시간) 3시간 전에 도착해야만 했는데 비행기는 5시간이나 지연된 후에야 출발했다.
비행기는 낡은 러시아 제트기로, 금속으로 된 껍데기는 금이 가고 찌그러져서, 쓰다 버린 담배갑의 은박지 같았다.
좌석은 너무 좁게 배치되어 있어 무릎이 아팠고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좌석은 꽉 찼으며 사람들은 모두 무거운 짐을 들고 탔다. 그래서 머리통을 깰 만큼 큰 짐짝들이 머리 위 선반에서 떨어졌다.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머리를 숙이고 손을 맞잡은 채 토하기 시작했는데, 중국인들이 토하는 전형적인 자세로,
숙연하고 기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2시간 후, 모두에게 캐러멜 캔디 3개, 껌, 끈끈한 튀긴 사탕이 든 봉지 3개가 지급되었다.
셀로판 봉지 속의 까만 육포는 뱃밥같이 생겼는데, 그 맛은 썩은 밧줄 같았다. 그 봉지에는 이쑤시게도 들어 있었다.
2시간 후, 낡은 우체부 제복을 입은 여자가 쟁반을 들고 돌아 다녔다. 좀 나은 음식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작은 꾸러미 한 개를
낚아챘다. 열쇠고리였다. 비행기 속은 아주 더러웠으나 이내 입김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추워졌다.
비행기는 바다 위에 뜬 쌍돛배처럼 삐걱거렸다. 또 2시간이 지났다.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잡음 섞인 방송을 타고
곧 착륙한다는 말이 나왔다. 바로 그 순간, 토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일어나더니 선반 위의 짐을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 밀치고, 비틀거리고, 누구에게인지 모를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좌석벨트를 매라는 승무원의 요구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행기가 한 번 되튕기고 바퀴가 활주로에 닿자 기체는 란저우 공항 터미널을 향해 느리게 나아갔다.
나는 그 때 다시는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 폴 써로우의 중국기행 중에서(도서출판 푸른솔)-

 
요즈음은 한국 비행기도 사고가 잦아 함부로 남의 나라 흉을 볼 처지는 아니지만 한 때 중국 출장을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중국 국내선 비행기를 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로 얘기된 적이 있었다.
사고가 잦고 그나마 중국 정부에서 사고 자체를 많이 은폐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직항로가 지금처럼 다양화되지 않았다.
상해, 북경을 뺀 다른 지역으로의 출장은 어쩔 수 없이 중국 국내선을 이용해야만 했다.
중국인에 비해 외국인들은 1.5배∼2배 정도 비싼 항공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그 때 중국 비행기 타기에 대한 대부분의 불만은 비싼 항공료 보다
공항에서 대책 없는 기다림에 관한 것이었다.

나 역시 서너차례 기다려 본 적이 있는데 보딩 패스를 받고 6시간을 기다린 것이 가장 오래 기다린 경험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출발 지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사과, 혹은 변경된 출발 시간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공항 안내원에게 문의라도 해 보면 그저 스피커나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탑승 지시(그것은 분명 안내가 아니었다.)를 기다리라는 퉁명스러운 대답만을 들어야 했다.
놀랍게도 나는 탑승 지연이나 출발 지연에 항의하는 중국인들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지연 끝에 탈 수만 있다면 그래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만약 결항이 되었을때는 항공사 사무소에 찾아가서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하므로.

더 황당한 것은 비행기가 예정시간 보다 빨리 출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내게 그 말을 해 준 청도의 한 식당 주인은 '고위직 당간부가 일찍 가자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아직까지 내 생각은 '설마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강하게 부인하지 못한다.
중국에선 모든 일이 가능하고 또 모든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는 (설마 사실은 아니겠지만) 그 시절 전형적인 항공 승객의 불편 사항을 풍자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승객들이 모두 탑승하고도 한참이 지났는데도 비행기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어떤 설명도 없었다. 답답한 한 승객이 승무원에게 물었다.
"왜 이륙을 않는거요?"
"기장이 없으니까요."
"기장이 없다니요?"
"기장이 지금 식사 중이니까요"
"???...."
그리고 한 참이 지나도 비행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답답한 승객은 다시 물었다.
"기장이 아직도 식사 중 입니까?"
"아니요. 식사를 끝내고 지금은 오침 중입니다."
"그럼 언제나.......?"
"글쎄요. 피곤하면 비행기를 몰 수가 없으니까요"

중국은 지금까지 (적어도 공식적으로) 공산주의 국가이다.
물론 지금은 '검은 고양이건 흰 고양이건 쥐만 잡으면 된다'는 철저한 경제 논리가 우세하지만
(특히) 개방 초기에는 그와는 다른 사회주의 철학과 그로부터 파생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가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었다.
중국 국내선 타기는 아직도 중국 여행에서 불편한 사항 중에 하나이다.


5. 북경으로 들어가며
북경은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예정 시간보다 40분이 더 걸려 오전 11시 40분 북경 공항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여행도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다. 원래 우리는 이 여행을 8월에 계획했었다.
그런데 '한달에 한번씩 아내와 딸에게 찾아오는, 여자들만의 '마술 시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아내와 딸아이의 시점 불일치가 주된 이유였다.

계림 여행은 눈으로 하고 북경 여행은 다리로 한다는 말이 있다.
북경엔 곳곳에 유적지가 많아 일일이 다리품을 팔아 찾아 다녀야 한다는 힘든 여정을 일컬은 말이다.
수영장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남아 여행이라면 몰라도 아무래도 거동이 '불편한' 시기의
식구들과 내내 걸어다녀야 하는 여행을 강행할 수는 노릇이었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특히 북경은 여행 시기를 잘 택해야 한다. 일단 겨울 북경은 너무 추워
여행에 적합하지 않았고 봄은 지독한 황사가 밀려온다고 한다.
오죽 했으면 날씨만 빼면 중국에서 제일 좋은 것은 북경에 다 있다고 하겠는가.
이런 이유로 나는 이번 가을 안에 여행을 하고 싶었다.

남은 것은 딸아이의 학교 출석 문제였다.
경험상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 이것마저 약간의 고비를 넘어야만 했다.
초등학교까지는 학교를 빠지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탐구 학습인가 뭔가라는 명목의 종이한장만 써내면 되었으니까.
그런데 중학교 선생님은 자기가 담임을 맏곤 처음 있는 일이라며 교장 선생님 결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이번 여행이 얼마나 '민족통일적'이고 'IMF탈출적'이며 또한 '개혁적'인 동시에
'딸아이의 시험 공부보다 왜 중요한 가'에 대하여 자세한 보고서를 써서 '상소'를 드려야만 했다.

아뭏튼 드디어 북경에 온 것이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북경에 오면 시간에 제약을 받는 여행자들은 택시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먼저 북경을 다녀 온 선배들의 주의 사항을 옮겨 와 보자.

<택시 이용시 승차전의 주의점>
1. 현지사람에게 어디까지 얼마인가를 묻는다.
   일반적으로 KM당 가격이 오르므로 소요되는 요금은 비슷하기에 차이가 많이나면 돌아온 것이다.

2. 신분증명서가 없는 택시는 타지를 않는다. 가능한 고급호텔의 앞에서 탄다.
3. 중국은 야간에는 조수석 앞에 앉지를 못하므로 뒷에 앉는다.
4. 보통 야간에는 친구나 부인을 조수석에 앉히고 영업을 하는데 이런 차량은 가능한 한 타지 않는다.
5. 역이나 터미널 앞에 정차하여 있는 택시는 타지를 않는다.

<택시 이용시 승차후의 주의점>
1. 미터기를 반드시 꺽게 만든다.
2. 목적지를 (미리 외워둔)중국어로 말하고 노정을 이야기하면 더 좋다. 
   예를 들면 "3환선을 이용하여 가자"는 등 자세할수록 좋다. 목적지를 말하고 운전수로부터 확인을 받는다.
   중국어로 "쯔다오마?"(알겠느냐)라고 물어보면 된다. 차안에서 지도를 펴 놓고 안내 표지판과 대조해가며
   아는 척을 해가며 수시로 현위치를 파악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3. 높은 요금을 청구할 경우 택시회사 전화번호나 운전수의 신분 증명서의 번호를 적는 체한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면허증을 따기가 매우 어렵다. 택시운전수들은 면허를 취소당하면 타격이 크므로 두려워한다.

4. 작은마을에서는 일반적으로 미터는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고 승차하기 전에 운전사와 협상하여 가격을 정한다. 

그러나 택시 문제에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겠다.
택시 감독관으로 북경에 부임한 것이 아니라 여행으로 온 것이므로 기왕 택시를 탔다면
정보요원의 행동 수칙 같은 위의 주의 사항은 잊어버리고 창밖의 풍경을 보는 것이 실속 있는 일이다.
실제로 북경에 머무는 동안 딱 한번 불필요한 곳으로 뺑뺑이를 도는(듯한) 택시를 단 한번 경험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택시는 다소 지저분하긴 해도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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