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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중국

지난 여행기 - 1999북경8

by 장돌뱅이. 2017. 9. 1.

14. 방선반장(倣膳飯莊)
우리는 고궁을 나와 택시로 가까이 있는 북해공원(北海公園 베이하이 꽁위엔)으로 갔다.
고궁의 서북쪽에 위치한 이 공원은 요나라 때 설립되어 역사가 9백년이나 된다고 한다.
역대 왕조의 어원(御苑)이었는데 지금은 북경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로 변하였다.

공원에는 북해(北海)라는 유명한 호수가 있으며, 호수중앙에는 인공섬인 경도(瓊島)가 있다.
이 공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라마교식 거대한 백탑(白塔)이 경도 정상에 있다.
우리는 남문에서 하차하여 영안교를 건너 경도로 들어갔다.
먼저 배를 채운 후 나오는 길에 백탑을 돌아보기로 했다.
이 곳에는 황실요리를 내는 방선반장(팡산 판쥬앙)이 있기 때문이다. 

청나라 말기에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했던 서태후의 식탁을 통해 황실음식을 살펴보자.
아침, 점심, 저녁의 정찬에는 주식이 50여종, 요리가 120여종, 여기에 사용되는 재료로
매일 500근의 고기와 100여마리의 닭과 오리가 소요됐고,
매 식사 때 시중들던 아랫것들만 해도 45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물론 서태후도 사람이니 그 많은 음식을 다 먹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대부분이 젓가락도 가지 않은 채 버려졌을 것이다.
그런 왜 그렇게 여러 음식을 장만했을까? 독살의 위험을 가능한 낮추려는 의도가 첫째 이유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황제는 '오늘은 무엇이 먹고 싶다'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아야 했다.
또한 만약에 이런 말을 내시나 궁녀가 우연히 듣는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입 밖으로
내는 날이면
바로 목숨을 잃게 되었다.
따라서 100가지가 넘는 요리를 매끼마다 차려 놓고 무작위로 골라 먹었다.
세 번 이상 숟가락이 갔던 음식은 궁중 법규에 의해 25일간 식탁에 오를 수 없었다.

당시 황실의 식사는 어선방(御膳倣)이라는 관청에서 담당하였는데 청나라가 멸망한 후

이곳 관리들에 의해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궁정요리는 풍부한 영양 배합과 맛은 물론이고 요리의 색과 질감에
어울리는 화려한 장식이 특징이다.


방산식당에서 제대로 된 황실 정식을 맛보려면 최소 10인 이상이 가서 방산 정식을 맛보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3명뿐이므로 1인당 300유안의 세트 메뉴를 시켰다. 더 비싼 세트 음식도 있었다.
우리 것은 중간 정도의 가격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황제의 음식'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한다.

접시마다 음식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나오는데 먹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도 즐거웠다.
음식을 내올 때마다 궁중 복장을 한 종업원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주로 음식 재료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한가지는 내 귀를 의심할 만한 것이었다.
나는 무심히 설명하고 돌아서는 종업원을 불러 세워 작은 접시에 담긴,
채를 썰어 간장에 볶은 듯한
음식의 재료를 다시 물어 보았다.
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요리라구요?!!!!"

"엘리펀트 노우즈(코끼리코)."
그는 태연히 대답해 주었다.  우리는 경악을 하며 복창을 했다.
"엘리펀트 노우즈?!!!!"
(의사소통이 사실 쉽지 않았으므로 코끼리코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뜻을 우리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음식의 모양은 전혀 코끼리 코를 닮아 있지 않았다.)
세상에나 코끼리 코라니!!!!! '황제는 별걸 다 먹었구나'하고 생각하며 호기심에 서둘러 먹어보았다.
특별히 맛이 있지는 않았다. 
정말 그게 '코끼리 코'이긴 했나?


15. 영화 '패왕별희'에 나오는 경극(京劇)
경극(징쥐)이라면 나는 우선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패왕별희'를 떠올리게 된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경극에 대하여 내가 알고 있는 전부이다.
배우들의 짙은 화장과 가성으로 째지는 목소리등이 기억에 남아 있다.

경극은 중국의 문화와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양식이라고 하며 오페라와 비슷한 형식을 띠고 있다.
18세기 말부터 북경에서 발전한 연극이라 하여 경극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경극의 구성 요소는 노래. 대사. 동작이다. 그 중에서 노래가 가장 중시된다.
경극은 특별한 무대장치 없이 상징적인 연기에 의해 표현되며 의상의 색과 무늬에 따라
등장인물의 신분과 성격을 알수 있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나 마당극을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경극의 내용은 전설이나 소설 혹은 전기를 각색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베이징에서 경극공연으로 유명한 극장이 몇 곳 있다고 한다. 우리는 前門飯店(치엔먼 환띠엔)내의
梨園劇場(리위엔쥐창)으로 갔다. 이 곳엔 배우들의 대화내용이 영문자막으로 표기되어 나온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말이나 문화에 생소한 외국인이 판소리를 영문 자막으로 감상한다면 훨씬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자막 덕분인지 이원극장에서의 관람은 몰입할 수 있었다. 최소한 지루하지는 않았다.
딸아이도 재미있었다고 했다.

티켓은 좌석 위치에 따라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는 공연 시간이 임박하여 도착해서인지 좀 비싼 좌석표(90유안 짜리)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동그란 테이블이 있는  무대 바로 앞 좌석에 앉게 되었다. 스넥과 중국차가 제공되었다.
하지만 극장식으로 배열된 뒤쪽의 더 싼 좌석에 앉더라도 관람에는 전혀 지장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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