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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기타

지난 여행기 - 2003필리핀출장2

by 장돌뱅이. 2017. 9. 7.

3. 인트라무로스 INTRAMUROS

*샌티아고 요새에서 본 파시그강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상징인 ‘성벽 도시’ 인트라무로스는 파시그강 PASIG RIVER이 마닐라만으로 빠져나가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거대한 성의 건설은 4백여 년 전에 스페인 정복자 레가스피에 의해 시작되었다.
외부 침입자를 격퇴하기 용이하게 높이 6미터의 성벽으로 둘러싼 이곳에는 오직 스페인 사람과
(필리핀 인과 스페인 인의 혼혈인) 메스티조들만이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인종주의는 식민지 본질 중의 하나이다.

나는 산티아고 요새에서 나와 로니와 맥주 한병으로 땀을 식히고 다리 쉼을 함 후 인트라무로스 안을 걷기 시작했다.
시간 관계상 오래 산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성안의스페인풍 건축물에서 풍겨나오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인트라무로스와 같은 역사를 지닌 성 어거스틴 교회 SAN AUGUSTIN CHURCH의 내부는 웅장하면서도 화려했다.
고 마닐라 대성당 MANILA CATHEDRAL의 외관은 필리핀 카톨릭의 본당다운 위엄과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위 사진 : 마닐라 대성당




*위 사진 : 성어거스틴 교회 내외부 모습


*위 사진 : 성어거스틴 교회 박물관 내부


4. 마닐라만

언젠가 지리산 산행 도중 만났던 한 사내는 천왕봉의 일출보다 일몰을 더 사랑한다고 했다.
일출에서 느끼는 가슴 두근거리는 긴장과 벅찬 환회보다 일몰에서 느끼는 나른한 여유와 조용한 사색이
더 좋다는 것이다. 어디 지리산에서만 그렇겠는가.

저녁시간까지 내가 마닐라를 둘러보겠다고하자
필리핀 친구도 마닐라만의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오라고 권했다.
인트라무로스를 나와 다시 리잘공원으로
가 공원 맞은 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로니와 헤어졌다.





공원과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마닐라만이 펼쳐진다. 해는 바다 끝 서편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일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햇볕은 그리 따갑지 않았고 바람은 시원했다.
쾌적한 저녁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석양이 아니어도 바다를 보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아침 바다가 옅은 색감의 수채화처럼 경쾌한 설레임이라면 한낮의 바다는 모두가 일을 하러 나간
옛 초가집의 햇빛 가득한 마당처럼 한가로우면서도 절실한 기다림일 것이고 저녁 바다는 붉게 타는
노을의 비장함과 모든 것이 스러지는 허망함과 오랜 여행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방랑자의 편안한
휴식이 녹아 있는 차분함일 것이다.“
내가 어느 여행기에 썼던 글이다.


울산에 사는 동안 바다는 늘 내 생활 가까이에에 있었다.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한 날이나 마음이 번잡한 날이면 바다를 보러 갔다.
그럴 때마다 바다는 그 푸른 빛과 넓음으로 늘 나를 다독여 주곤 했다.

사람들이 음식을 싸들고 바닷가로 모여들고 있었다.
바다 노을을 보면서 먹는 소풍 같은 저녁이 좋아보였다.
유감스럽게도 이날 마닐라만의 바다 끝으로 해가 사라질 때까지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여행이 아니라 출장 중이었기 때문이다.
호텔로 돌아가 손님과 저녁식사 약속을 준비해야 했다.


일몰은 돌아가는 길 전철 안에서 볼 수 있었다.
전철의 차창으로 퇴근길의 사람들로 북적대는 마닐라의 거리가 보였다.
그 골목 끝에서 붉은 태양이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마닐라의 전철은 LRT(LIGHT RAIL TRANSPORTATION?)로 부르며 방콕의 전철처럼 콘크리트 기둥 위를
달리는 지상철이다. 전철 역시 매우 혼잡했다. 그 때문에 두 대의 전철을 그냥 보내야 했다.
세 번째 전철을 전투적인 의지를 세워가며 기다리는데 역사로 진입하는 전철의 앞 차량에는
비교적 사람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 차량을 달음박질하여 쫓아가 올라탔다.
여전히 앉을 좌석은 없었지만 한결 여유가 있었다.
숨을 돌리며 주위를 돌아보는데.???..뭔가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내 주위의 여자 승객들이 즐거운 일이라도 있는 양 나를 보며 싱글거린다.
‘뭐야? 내 얼굴이 미남인 탓인가?’
‘난 역시 동남아에 와야한다니까.’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에 즐거워지려는 순간 번쩍 떠오르는 생각.
그렇구나!!!
나는 다음 역에서 서둘러 내려야 했다. 그 곳은 여성전용 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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