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태국

지난 여행기 - 2011태국파타야1

by 장돌뱅이. 2017. 10. 3.

*미국에 주재할 때의 여행기이다.
========================================================
잠시 한국에 다니러 온 내게 주말을 끼고 주어진 며칠. 어디를 갈까 아내와 머리를 맞댔다.

늦은 봄의 선암사나 내소사,  청산도 아니면 제주도, 아침가리 혹은 곰배령, 소백산 능선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상상은 국토를 돌고 돌아서 바다를 건넜다. 
필리핀, 홍콩, 싱가폴.....어느 곳이건 한 곳밖에 갈 수 없는 시간의 제한 속에
이동의 편리성과 장소의 유효성을 고려한 선택은 또 태국이었다.

적어 놓고보니 굉장한 고려를 한 것 같지만 사실 수영장 가의 나른한 휴식과 입에 맞는 음식,
그리고 모든 관절의 견고한 이음새를 느슨하게 풀어놓는 맛사지가 이유였다. 

그것은 매번 반복되는 태국여행의 이유이기도 했다.
거기에 비수기 '저가항공'의 착실한 가격이 결정을 부추겼다.

진에어(JIN AIR). 국내선 비행기처럼 좌석 배열이 3-3인 작은 항공기였다.
승무원들은 운동모자를 쓰고,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기존의 개념과는 다른, 다소 파격적이랄 수도 있는 용모였다.
기내 신문도 영화도 없고, 담요도 달라고 해야주며, 맥주는 돈을 내야 먹을 수 있었지만
그런 인색함이 가격에 반영되었으리라는 생각에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색상이 화사해서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불량과자 필이 나는 기내식에

아내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나는 아내에게 "먹을만 하다"는 것을 강조하다가
여지껏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해본 적이 없는, (아내가 남긴 것까지) 기내식 두 개를
먹어치우는 과장된 기염을(?) 토하고 말았다.


태국에서의 목적지는 파타야였다. 
이제까지 제법 여러 번의 태국여행을 다녔지만 파타야는 단 한번만 다녀왔을 뿐이었다.
월남 전 당시 미군의 휴양지로 개발되어 환락 비즈니스의 메카쯤으로 부상된 파타야가 
아내와 내게는 (특히 어린 딸아이와 동행할 시에는) 굳이 찾아야가할 여행지가 아니었다. 

파타야는 1960까지만 해도 톤부리 지역의 이름 없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15km에 달하는 긴 해변 덕분에
일찍부터 방콕에서 놀러 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휴양지로서의 개발은 베트남전쟁과 함께 시작되었다.
미국 군함과 기지가 파타야에 자리를 잡고 여자와 술을 찾아 나선 군인들을 위한 시설들이 들어섰다.
파타야의 부흥은 섹스 산업가 퇴폐적인 나이트라이프에서 비롯되었으면 그 영향은 지금도 이어져오고 있다.
파타야에는 바다가 있고 해변이 있지만 그것이 파타야를 찾는 목적의 전부라고 보기 어렵다. 파타야의 바다는
태국에서도 가장 오염되었으며 그 때문에 썬베드에 누워있는 사람은 많아도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드물다. 
                                                                                 -『AV WALKER BANGKOK』 중에서-



*위 사진 : 숙소 힐튼에서 본 파타야의 풍경

이번에 파타야로 향한 것은 바다를 끼고 있는 장소로서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이었다.
즐기는 바다가 아닌 '보는 바다'를 찾았던 터라 파타야의 밤 문화는
눈을 감기로 했다. 
수영을 하면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힐튼호텔이 바로 그런 호텔이었다.
때마침 비행기처럼 호텔 역시 프로모션 기간 중이었다.


힐튼은 최근에 개장한 숙소이다. 센트럴 페스티벌이라는 대형 쇼핑몰 위에 지어져 있어 현대식 환경에서의
쇼핑과 몰 내의 다양한 음식점을 최단 시간내에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가진 숙소였다.

호텔에 들어선 이후 며칠 동안 우리의 일과는 태국에, 그중에서도 파타야에 온 목적에 충실했다.
아침이면 수영장으로 출근을 해서 바다를 바라 보며 수영을 하거나 늘어져 지내고
배가 고프면 풀바에서 음식을 시켜 먹고, 찌뿌둥한 몸의 구석구석을 맛사지로 달랬다.


수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주위에 같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바닷바람만 솔솔 불어 지나갔다. 그늘막에 누워 책을 읽노라면 아내가 수영을 하며 물을 가르는
소리가
조용히 들려오곤 했다.

아내가 다가오는 소리를 짐작하고 책에서 눈을 거두어 고개를 들면, 실제로 아내는 가까운 곳에서
물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손을 흔들어 보이곤 했다. 그럴 때면 우리가 또 먼곳으로 떠나왔다는 
실감에 마치 따듯한 
봄날의 아지랑이 속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감상이 피어올랐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