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그림 「길」
*박수근 그림 「빨래터」
박수근 그림을 보면 마음이 선해지고 따뜻해진다.
낮은 목소리로 겸손하게 이야기 하는 듯 하지만 뭔가 크게 울린다.
쓸쓸하게 보이면서도 충만케 한다..
험하고 궁핍했던 시절을 살았으면서도 그렇게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었던 그가 존경스럽다.
"우리는 참 복도 많아. 이런 그림 앞에 서 있을 수 있다니 말야."
박수근의 그림 앞에서 그렇게 말하며 행복해졌다는
한 시인의 말을 표절하여 나도 아내에게 써 먹어 보았다.
그가 살았던 창신동집 터.
전쟁 중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려 모은 돈으로 산 이곳 18평 한옥에서
그는 1952년부터 12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았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대부분을 이 집 마루에서 그렸다.
음식점으로 변한 이곳에서 지금 박수근을 회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가 세상을 보던 방식으로 나도 세상을 "납작납작"하게 보거나
"납작납작"하게 살아야겠다고 잠시 마음을 다잡아 보았을 뿐이다.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 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레 물어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김혜순의 시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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