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밤발밤33 - 창신동 "장난감 거리"

창신동 장난감 거리.
문구 상점들도 밀집해 있어 문구거리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알록달록 어떨 땐 다소 유치하기까지 한 색상의 장난감들이 가득한 거리.
바닥에 이정표로 그려진 타요버스와 그 친구들은 근래에 손자와 어울리면서 알게 된 만화 캐릭터들이다.

지나가다가 손자에게 줄 적당한 장난감을 하나 약간의 흥정 끝에 샀다.
만원 지하철에 부대끼며 집에 들고 갔더니 아내가 웃으며 한 마디 한다.
"이런 아날로그 할아버지라니! 뭐 하러 힘들게 사서 들고 와? 택배로 주문하면 되는데."
하면서 핸드폰으로 내가 산 것과 같은 장난감의 목록을 보여준다.
색상과 크기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아 그렇지! 그런 게 있었지!
모르진 않으면서도 아직 내 손으로 한번도 구매해 본 적이 없는 방식이다.
핸드폰 앱으로 기차표를 끊거나 음식을 주문하거나 송금을 해본 적도 없다. 
새로운 방식에 대한 무지에 나날이 늘어가는 아이디와 패쓰워드가 귀찮다는 게으름이 더해져서 생긴 결과다.

관련하여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
빠르고 편리하게 과정을 처리하고 남는 시간들은 사람들에게 온전한 여유로 주어지는 걸까?
지하철 안, 저마다 바라보는 핸드폰 속의 세상은 멍하니 앉아 있는 나의 무료함 보다 행복한 것일까? 
언제까지 나의 이런 버팅김(?) 혹은 부적응(미적응)은 지속될 수 있을까?

얼마 전 미국의 유명 완구 유통 업체 토이저러스(TOYS "R" US)가 문을 닫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거기도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이기도 하다는데·····
창신동완구 거리의 장래와는 무관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