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아트센터마노로 들어서면서 아내와 나는 신기함과 놀라움에 잠시
눈을 크게 뜨게 되었다. 집이 뾰족한 삼각형의 지붕을 땅으로 향한 채 거꾸로 뒤집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갤러리 마노 건물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이미
유명한 건물이라고 한다.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 삼빡한 재미를 주는 건물이었다.
어릴 적 상체를 수그려 다리 사이로 고개를 디밀어 보던 거꾸로 된 세상을 떠올리게 했다.
건물의 1층은 공예품을 전시 판매하는 ARTSHOP이 있고, 갤러리로 사용되는 2층엔 영화
“왕의남자” 촬영 세트장이 전시되고 있었다. 촬영 세트장에는 입장료가 있었다.
영화 속의 복장으로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1층의 ARTSHOP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곳에는 자기류와 각종
공예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도자기를 볼 줄 아는 안목이 없는 아내와 내가 보기에
SHOP에 전시된 분청사기류는 예전에 이천에서 보았던 작품의 가격에 비해 저렴했으나
모양새나 아름다움은 뒤떨어지지 않아 보였다. 아트센터의 홈페이지를 보면 마노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섬유, 도자, 금속등의 다양한 공예체험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듯 했다.
마노(MAHNO)는 프랑스어로 넓은 정원이 있는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실제로 마노에서 매력적인 것은 기이한 형상의 건물보다 정원(이라기 보다는 공원이라는
표현이 맞겠지만)이었다.
식당 창가 자리에서 식사와 커피를 하고 아내와 사진을 찍으며 산책을 했다.
햇빛이 노랗게 사위어가고 가을 공기는 산뜻하고 투명했다. 넓은 잔디광장과 작은 연못,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조각품, 그리고 나무 사이의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아늑했다. 식당 맞은 편 숙소로 쓰이는 건물 근처 어디선가 낙엽을 모아 태우는지
구수한 연기가 가을의 정취를 더했다. 조금은 무료하고 심심한 듯하면서도 감미롭고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의 앙금이 마노의 산책길에 낙엽처럼 차분하게 쌓여 있었다. .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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