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이 모였다. 출신 지역도 대학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다.
공학에 체육에, 미술에·······.
사는 방식과 취미는 물론 세상과 정치를 보는 시각도 다르다.
공통점은 오직 한 가지 -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 무슨 생각이나 목표가 같아서 친구가 된 것은 아니다.
우연히 학기 초에 옆자리나 뒷자리에 앉게 되었거나 그렇게 친하게 된 친구의 친구였거나
아니면 방과 후 축구를 하거나 교문 앞 라면집에서 만나 가까워졌을 뿐이다.
개중에는 같은 방식의 우연으로 중학교 때부터 친구가 된 사이도 있다.
학교에서 보는 것만으로 부족해 서로의 집을 오고가며 침식을 자주 했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가족들에 대한 기억도 주민등록등본처럼 세세하다.
그 우연이 50년 가까운 세월의 두께로 쌓이니 이제 삶의 한 부분이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혹은 무시로 만난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만난다. 그냥 만나기 위해 만난다.
만날 때마다 그 시절은 아득한 순수의 피안 저쪽으로부터 흥겨운 추억의 화수분이 되어 살아나온다.
저마다 감당해온 그 동안의 삶이 굴곡없이 마냥 평탄했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서리 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옛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은 편안하고 따뜻하다.
가파른 주장이나 기발한 목표가 있을 리 없고 있어도 세월의 무게를 흔들지 못한다.
잔을 들며 한 친구가 말했다.
"자, 어쨌거나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들 했다!."
쉬어 가자 벗이여 쉬어서 가자
여기 새로 핀 크낙한 꽃 그늘에
벗이여 우리도 쉬어서 가자
만나는 샘물마다 목을 축이며
이끼 낀 바윗돌에 턱을 고이고
자칫하면 다시 못볼 하늘을 보자
- 서정주 「꽃」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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