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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92 - 윤중호의「일산에서―주말농장」

by 장돌뱅이. 2019. 3. 28.


도시텃밭 가꾸기 첫 수업에서 "스킨답서스
(Epipremnum aureum)" 라는 식물의 화분갈이를 했다.
위키백과를 보니 스킨답서스는 자주 관리를 하지 않아도 잘 크며 폼알데히드, 자일렌 그리고 벤젠
등의 오염 물질을 정화 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또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서는
개와 고양이가 스킨답서스를 섭취할 경우 독이 되는 물질이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수업에서는 집안 위치에 따른 오염을 정화시키는데 적절한 식물들도 세분화 하여 알려주었다.

- 미세먼지등 분진을 제거하여 베란다에 두면 좋은 식물 : 팔손이나무, 분화국화, 시클라멘, 꽃베고니아, 허브류 등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해물질 제거 기능으로 거실에 두면 좋은 식물 : 아레카야자, 피닉스야자, 세이브리찌야자,
   
드라세나, 인도고무나무, 보스톤고사리, 산호수 등.

- 음이온을 방출이나 기억력 향상으로 공부방에 두면 좋은 식물 : 팔손이나무, 필로덴드론 로즈마리, 파키라 등
암모니아 제거용으로 화장실에 두면 좋은 식물 : 관음죽, 스파티필럼, 안수리움, 맥문동, 테이블야자 등
- 밤에 오염물지 제거해 주어 침실에 두면 좋은 식물 : 선인장, 호접란, 다육식물 등
일산화탄소를 제거하여 주방에 두면 좋은 식물  : 스킨답서스, 산호수, 아펠란드라 등

수업을 마치고 먼지로 희뿌연 하늘과 희미한 한강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오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맑은 하늘과 푸른 숲, 그리고 넓은 들과 깊은 강물을 문명의 쓰레기라 할 미세먼지에게 내어주고 밀리고 밀려 이제
허공에
달린 새집 같은 아파트로 쫓기듯 들어와 배수진이라도 치는 양 집안 구석구석에 온갖 식물들을 늘어놓고
그 작고 예쁜 것들에게까지 우리의 건강을 지켜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세월이 되었다는······.

원래 초록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느끼지 않아도 저마다의 자리에서 스스로 피고 지며 더불어 인간의 삶도 지켜오지 않았던가.
문명과 발전과 이익의 이름으로 그 초록을 그악스럽게 파괴해 온 인간이 이제 한 포기 작은 초록을 화분에 담아 
가치와 효능을 강조하며 기대보는 듯한 퍼포먼스를 하는 파렴치함은 차라리 희극적이다.
"글쎄 이런 걸 해도 괜찮을까?"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데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초록의 스킨답서스 잎을 만지며 주전자 기울여 물은 주지만.  


일산시민모임에서 땅을 빌려 만들었다는 주말 텃밭
쇠비름만 자라는 다섯 평짜리 박토지만
이름은 어엿한 주말 농장
글쎄 이런 걸 해도 괜찮을까?
무공해 채소가 어떠니, 흙을 밟는 마음이 어떠니
이런 막돼먹은 생각을 해도 괜찮을까?
상추, 쑥갓, 고추, 가지, 열무, 하지 감자 등속을 심어서
위층 아래층 두루두루 나눠먹는 재미는 있을 거야
뻔뻔하게 끄덕이면서
알 만한 얼굴도 부러 외면하면서
그렇게 지겹던 호미질도 황송하게 하면서
방울토마토의 진딧물까지 반가운
이게 무슨 짓일까
이 땅에 살면서, 이 땅에서도 신도시 아파트에 살면서
불쌍해라, 환호성치며 여치 소금쟁이 고추잠자리를 좇는 아이들을 보면서
빠꼼살이 같은 주말 농장의 김을 맨다.
그나마 정갈하게 제 태를 내는 밭은, 보물같은
노인네들의 거친 손이 쉼없이 단도리 하는 곳, 그래도
터덜터덜 주말 농장에 가면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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