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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잘 먹고 잘 살자 60 - 공덕역 부근 식당 2(탕과 국밥)

by 장돌뱅이. 2019. 8. 24.

4. 도하정


가든호텔 뒤쪽에 도화동이 있어 당연히 도'화'정이라 생각했더니 도'하'정이다.
강을 건너는 나루였던 옛 마포를 떠올린 것인지 모르겠다.

국물의 뒷맛이 개운한 곰탕을 낸다.
수북이 쌓아올린 수육과 어슷썬 대파의 고명이 특이하다.

원래 곰탕은 고기를 곤 국물이고 설렁탕은 사골 등 뼈를 위주로 곤 국물이다.
곰탕은 국물에 노란색 기름기가 동동 뜨거나 국물이 맑은 편이고 설렁탕은 국물이 뽀얗다.
곰탕은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설렁탕은 소금으로 맞춘다.
곰탕은 반가의 음식이고 설렁탕은 서민의 음식이었다.
물론 그 경계가 모호하다. 설렁탕에도 고기가 들어가고 곰탕에도 뼈 국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5. 마포양지설렁탕



마포양지설렁탕은 설렁탕에 양지를 넣었다는 뜻이다.
즉 곰탕과 설렁탕이 만난 일종의 '퓨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맛만 있으면 되지.


6. 원조부산돼지국밥

미국 근무할 때 해외근무가 처음인 젊은 한국 직원이 있었다.
첫 휴가를 앞두고 그는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개씨는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어? "
그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도착하자마자 돼지국밥 한 그릇 먹는 겁니다."
"돼지국밥?"
의외의 대답에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예 부산사람은 보통 그렇습니다."

도대체가 오래간만에 한국에 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꼴랑(?) 돼지국밥?
그 꼬릿하고 콤콤한 냄새가 나는 음식이? 


그 뒤에 다른 자리에서 부산 출신의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자 
자신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을 이해할 수는 있겠다고 했다.
공덕역 근처에 있는 신문사에 근무하는 부산이 고향인 후배도 그랬다.
내가 공덕역 근처에 갈 일이 있다고 하자 그가 준비해서 안내한 곳이 바로 돼지국밥집이었다.

많은 부산 사람들에게 돼지국밥은 이른바 '소울푸드'의 의미인가 보다.


7. 마포오향족발



족발집이라지만 나는 이 집의 순대국밥이 더 좋다.
들깨가루 듬뿍친 국물을 입에 넣을 때의 행복감.
순대 대신 돼지고기와 내장 등을 넣은 것이 바로 돼지국밥이고 보면
부산 사람이 아닌 나도 어느 덧 돼지국밥의 매니아가 되었나 보다.

   구린내 곰곰 나는 돼지 내장
   도회지에서는 하이타이를 풀어 씻는다는데
   산서농협 앞 삼화집에서는
   밀가루로 싹싹 씻는다
   내가 국어를 가르치는 정미네 집
   뜨끈한 순댓국 한 그릇 먹을 때의
   깊은 신뢰
              - 안도현의 시, 「순댓국 한 그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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