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치원 교사에게 들씌워진 억울한 추문.
소문은 점차 기정사실화 되고 직장과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집에 돌이 날라들고 키우던 애완견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던져진다.
급기야 그와 그의 아들에게까지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진다.
다행히 그의 혐의가 일부 벗겨졌음에도 광기는 끝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로서는 접하기 쉽지 않은 덴마크 영화.
주인공 마스 미켈센은 이 영화로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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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법무부 장관의 소란스러운 '역대급' 청문회가 있던 어제,
- 법무부장관 후보의 청문회가 아니라 마치 조국 개인과 조국의 이력, 그리고 그가 상징하는 의미에 상처를 주거나 제거하고 싶은 자들이 키운 '소란'은 아닐까?
- '근본 없는 자'(?)를 수장으로 세우고 싶지 않고, 오래 누려온 기득권의 축소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폭적 정서'의 검찰이 그 소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건 혹 아닐까?
- 누군가 이런 생각을 '진영 논리'라 한다지만 크게 보면 미청산된 역사의 찌꺼기와의 갈등은 아닐까?
- 모든 진실은 사실이어야겠지만 모든 사실이 반드시 진실은 될 수 없는 건 아닐까?
-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것일까?
동어반복과 침소봉대, 그리고 억지호통이 지겨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영화 『더 헌트(JAGTEN)』를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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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2월20일 27세의 아름다운 독일 여성 카타리나 블룸은 한 댄스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진심으로 자신에게 '치근거림'이 아닌 진실한 다정함으로 다가온 괴텐을 만난다.
블룸은 괴텐과 함께 자신의 아파트로 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괴텐은 자신이 어떤 이유로 경찰에 쫓기는 중이라고 했다.
블룸은 괴텐이 몰래 아파트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는다
체포 현장에 있던 한 신문의 기자는 카타리나 블룸과 괴텐의 사건을 특종 보도한다.
블룸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며 얼굴과 실명이 노출된다.
블룸의 가족관계와 주변관계, 이혼 전력, 재산 관련 사항 등 세세한 사생활이 까발려진다.
조사 내용은 언론에 흘려지고 언론은 이를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블룸과 주변 사람들을 '새로운 인물'로 만들어 보도한다. 괴텐은 은행 강도이자 살인범으로, 블룸은 강탈한 은행 돈을 나눠 쓰는 정부가 된다. 블룸의 죽은 아버지는 공산주의자가 된다. 어머니는 딸의 행실 때문에 받은 충격으로 죽는 것으로 된다. 블룸의 아파트 구매를 위해 저금리 대출을 도와주었던 블로르나 박사 부부도 공산주의자가 된다.
사실 괴텐은 은행 강도가 아니었고 살인범이 아니었다. 블룸의 아버지도 진폐증으로 사망한 노동자였을 뿐이다. 어머니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몰래 병실에 들어가 인터뷰를 했던 기자 때문에 충격을 받아 사망을 한 것이다. 블룸의 삶과 명예는 선정적 황색언론에 의해 무기력하게 짓밟힌다.
마침내 기자와 단독 인터뷰 중 “섹스나 한 탕 하자”며 추근거리는 기자에게 블룸은 권총을 발사하고 만다. 그리고 후회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일곱 시간 동안 시내를 배회하지만 조금도 후회할 수 없었다며 자수를 한다. 독일 작가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의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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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1970년 대의 독일.
지금 우리 시대는 그때 그곳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는 것이 짜증나면서도 두렵다.
그렇게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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