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가 고향인 친구가 유명한 청도반시를 보내왔다.
받고 난 후 며칠을 밀봉한 상태로 후숙을 시켜 홍시로 먹었다.
친구는 올 유난히 병충해가 심해 감 상태가 별로라고 했지만 충분히 맛이 있었다.
감을 먹으며 아내와 학창 시절에 자주 읽던 오래된 시를 떠올렸다.
올해 외식 문화의 한 특징이 뉴트로(NEW-TRO:복고풍) 감성이라더니 시도 그런가?
김준태며 김남주, 오래간만에 빛바랜 시집을 뒤적여 보았다.
(하긴 요란스럽고 수상한 이즈음의 시절이 아내와 내가 학창시절에 보던 풍경을 닮지 않았는가.
'그 시절'을 머릿기름 바르 듯 미끈하게 지나온 자들의 한물간 삭발 코스프레라니!)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김준태의 시, 「감꽃」"-
직장을 은퇴하고 이순이 지난 지금이 감꽃을 세고 침 발라 돈을 세던 나이를 지난 '먼 훗날'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세며 지내는 것일까?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의 시, 「옛마을을 지나며」" -
좋은 시인들은 많다. 그러나 내게 '시인 그리고 사람'이라고 하면 김남주다.
작가의 삶과 글이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김남주는 글과 삶에 종이 한 장 두께만큼의 틈도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모래알 하나로 적의 성벽에 입히는 상처 그런 작은 일에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자 시인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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