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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내가 읽은 쉬운 시 163 - 윤석중의 「달」

by 장돌뱅이. 2020. 2. 9.

대보름.
아내는 작년부터 보관해 왔던 나물을 꺼내고 또 일부는 장을 봐서 상을 차렸다.
밥도 여기저기서 구한 곡식으로 오곡밥을 넘어 칠곡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호두며 땅콩 등의 부럼까지 준비했다.
보름음식으로 가득한 식탁에는 올 여름 더위가 쉽게 범접하지 못할 것 같은 위엄이(?) 있었다.

"역시 우리집 대장금이 움직이니 상차림이 대번에 휘황찬란해지네."
나는 
감탄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 슈퍼에 가서 막걸리를 한병 사왔다.

귀밝이술은 보름 아침에 먹어야 한다지만 술은 아무래도 저녁에 먹어야 제맛 아닌가.
오래간만에 아내와 술잔을 부딪혔다.
그리고 함께  동쪽 하늘에 떠오른 동그란 달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넉넉하고 환한 빛이 부디 우리 얼굴에 오래 머무르게 해주소서!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낮과 같이 밝은 달,
어디어디 비추나
우리 동네 비추지.

달, 달, 무슨 달.
거울 같은 보름달.
무엇무엇 비추나
우리 얼굴 비추지.

-윤석중의 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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