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영화 『리틀포레스트:사계절』

by 장돌뱅이. 2020. 4. 19.



일본 영화 『리틀포레스트:사계절』에는 음식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야기라고 했지만 최고의 맛을 위한 숨겨진 비결이나 특별한 재료를 찾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협지처럼 기량을 겨루는 긴장도 없고
식동원(藥食同源) 효용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냥 계절에 따라 집 주변에서 얻는 재료들로 만들어내는 소박하고 단순한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대만 영화 『음식남녀』에 나오는 휘황찬란한 호텔식 만찬 음식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만나는 
평범한 음식 - 일테면 식혜, 수유나무잼, 호두밥, 밤조림, 곤들메기 소금구이와 된장국, 집청둥오리요리, 서리맞은 시금치, 
눈 속에 묻어 발효시킨 낫토와 낫토떡, 조림요리에 필수인 얼린 무, 겨울 고구마, 핫토, 봄나물 튀김, 머위 된장 등 이다.


영화 속에서 음식은 사람과 노동과 자연과 나누는 관계이고 관계를 연결하는매이다.
그리고 관계의 기억이다. 영화를 보면서
소설가 공선옥의 글이 떠오르기도 했다.

"찔레꽃 향기도 나지 않고 뻐꾸기 소리도 나지 않는 쌀밥이나 솔(부추)김치를 먹는 일은, 
지렁이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 죽순을 먹는 일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일종의 단순 '작업'일 뿐이다. 
먹는 행위에서 육체적 만족감과 더불어 영혼의 교감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이 없다면, 
배부르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내게 음식을 만드는 일은 여행이다. 
50대 후반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그곳은 새롭지만 낯익은, 일상이지만 일상이 아닌 것 같은 오묘한 세상이다. 
부엌은 여행을 출발하는 터미널이다. 설렘과 기대, 그리고 즐거운 상상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은퇴를 하는 친구와 후배들에게 자주 강권한다.
"퇴직은 부엌으로 가라는 명령이다. 백수들의 앞치마는 세계 평화를 앞당긴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음식이란 여행에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풍성해진다. 
아래 사진은 최근에 아내와 딸아이 부부와 손자친구를 위해 만든 음식 중 일부이다.
매 음식마다 식구들의 보였던 반응과 의견을, 식탁의 분위기를, 이름난 여행지의 사연처럼 기억해두고자 한다.

*요즈음 잦은 음식포스팅은 코로나로 집에 있는(손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난 때문이다.
코로나의 대책으로 강조된  사회적 격리는 '음식 여행'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명태콩나물국


김야채볶음밥


↓참치야채덮밥


↓마파감자


↓오이들깨가루볶음


↓느타리버섯장조림


↓감자스프


↓간장떡볶이


↓감자달걀샐러드


↓삼치마요네스구이


↓양배추햄덮밥


↓카레치즈달걀말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