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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음식은 기억이다

by 장돌뱅이. 2020. 6. 10.

일요일이면 손자친구와 하루종일 함께 뒹군다.
요즈음은 친구가 사소한 일에도 삐지는 일이 잦아 조심하지만,
한편으론 그 모습이 귀여워 일부러 친구를 삐지게 만들어볼 때도 있다.

주중에는 아내와 친구를 포함한 모든 가족을 위해 책과 인터넷을 참고하여 음식을 만든다.
일차적으로 아내와 나누지만 아내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선별한 음식은 딸아이 가족과 나누는 일요일의 만찬에 올린다.
아직 매운 맛에 약한 친구를 위해선 별도의 음식이 필요하다.

 영화 『심야식당』」에서는 "무엇을 먹느냐 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은 혀를 거쳐 기억으로 간다.
맛은 그 기억의 총체이다.

아내와 내게 레이니어 체리(RAINIER CHERRY)에는 시애틀 여행이 스며있다.
그곳에서 레이니어 체리를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근의 레이니어산에서 이름을 딴 이 지역의 특산물이라며 한 현지인이 알려주었다. 
일반 빙체리(BING CHERRY)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그만큼 맛이 좋다고 엄지를 세우던 그를 기억한다.
이제 우리나라 마트에서도 6월이면 레이니어 체리를 볼 수 있다.  
흔한 먹거리에 시애틀 기억을 더해지므로써 아내와 나만의 특별한 레이니어 체리(의 맛)가 완성된다.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 함민복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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