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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by 장돌뱅이. 2020. 6. 19.

*사진 출처 : 미디어오늘(개성공단 폭파)

충격, 황당, 섬찟함. 그리고 안타깝고 허망한 여운·
대북 전단 살포 문제야 어차피 내다 건 궁색한 핑계일테고.
뭐지? 왜 그런 거지?

복잡한 저들의 대내외적 계산법이 있을 테지만 그게 무엇이든 이 사진의 이유는 될 수 없겠다. 아무리 결과와 실리가 외교의 핵심이고 통일이란 대의 쯤이야 '고답적 지당함'으로 무시하더라도 최소한의 품위는 있었어야 할 일이다.

아래 시가 쓰여진 이후 60년 동안 우리는 얼마만큼 달라져 있는 것인지······.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을 피하고,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지 않기 위해서 인내 이외에 또 어떤 지혜가 필요한 것인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같이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으라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잘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 박봉우, 「휴전선」(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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