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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첫눈 내린 날의 생일

by 장돌뱅이. 2020. 12. 14.

아침 일어나니 하얗게 눈이 내려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운동장 적막하고 신비로웠다.
그 위로 또 가만가만 눈이 내렸다.
뒤이어 일어난 아내는 거실로 나오며 소녀처럼 작은 탄성을 질렀다.
일기예보가 있었어도 첫눈은 항상 의외로이 다가오는 법이다.

곱단씨 생일 축하해!

크리스마스 캐럴을 켜놓고 아내의 생일 음식을 만들었다.
생일이니 미역국부터 끓였다. 소고기 대신에 명태와 들깨를 넣었다.
그리고 채끝살 스테이크, 해물잡채, 버섯장아찌 그리고 청경채볶음.
오래간만에 와인도 곁들였다.


아내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눈 내리는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반주로 마신 와인 낮술에 흥이 올라 옛노래도 흥얼거려 보았다.
영화 한 편을 보자 저녁이 되어 또 밥을 먹었다.
내일부터 강추위가 온다고 한다.
'사랑한 까닭으로 여기까지 왔으므로' 우리는 더 따뜻해질 것이다.


가만가만 눈 내리는 하늘 쳐다보면
사랑하는 당신 얼굴 보입니다
멀리 갔다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겨울나무 가지 끝에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는 눈물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한 까닭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 김용화, 「첫눈 내리는 날에 쓰는 편지」 중 -


*하루 전 손자친구의 앞당긴 축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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