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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by 장돌뱅이. 2021. 1. 16.


THE MART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어느 날 해고 통지 문자가 발송되었다.
일괄 해고 뒤 외주 용역 업체와 계약하려는 회사 측의 의도였다.
화려한 말포장을 하면 노동 시장 유연화에 기댄 경영 합리화쯤 될 것이다.
몇 해 전 방영되었던 비슷한 내용의 TV드라마 『송곳』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합리성을 요구하는 모든 조직은 비합리적 인간성에 기생한다."

노동자들은 반발하며 노조를 결성한다.
회사는 '재고관리'를 하는 사무적 태도로 회유와 탄압을 시작한다.
농성장에 전기 공급을 끊거나 대체인력을 투업하고, 손해 배상 청구를 하고, 용역 폭력배들을 동원하는······.

왜 이런 '비합리적 합리화'가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아니 반복될 수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카트』는 '그렇게 할 수 있어온' 세상에 대한 THE MART 직원들의 슬픈 호소이고 물러설 수 없는 저항이다.
뉴스에 자주 나와서 마트 앞을 스치는 사람들에겐 낯설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당사자들에겐 더 지난해지는 삶의 이야기다.


우리의 요구와 꿈이 큰 것도 아니다. (···) 
다만 안정된 일자리 하나 얻게 해달라는 소박한 꿈들이다.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슬픈 호소들이다. 
다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조금은 나누자는 것이다. 
너희들하고 같이 못 살겠다가 아니고, '함께 살자'라는 것이다.

-송경동의 글 중에서-
( https://jangdolbange.tistory.com/848 )

며칠 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라는 무늬를 가진 또 하나의 '그렇게 할 수 있는' 무엇이  국회를 통과했다.
경영은 합법적으로 '합리화'될 것이고 책임은 유연하게 '하청'될 것이다. 
그리고 명은 변함없이 또 '그렇게 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는 진보의 토대이고 자격이다.
비정규직과 이주 노동자의 문제를 포용하지 않는 진보는 가치를 상실한다.
우리 사회의 진보는 어디에 경계를 긋고 있는지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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