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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먼저 손을 씻고

by 장돌뱅이. 2021. 1. 15.




어느 날 손자친구와 놀다가 찍은 사진이다.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마스크 없이 투명한 허공으로 오르며 깔깔거리던 웃음소리.
사진만으로 숨통이 트일 것 같은, 저런 날이 언제 있었나 싶다.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 함민복, 「반성」 -

지난 일 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코로나만큼이나 종교 단체 때문에 고통을 받은 것 같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사람들이 일터에서 떠나고 있는데,
들만 예외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신이 나 같은 냉담자의 구원을 위해서도 존재한다면예배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먼저 
자신의 '손부터 씻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다가서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마태오복음에 나온 말씀을 나는 과문한 탓인지 드러난 글자 이상의 의미로 해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제단에 예물을 드리려 할 때에 너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형제가 생각나거든
그 예물을 재단 앞에 두고 먼저 그를 찾아 가 화해하고 돌아와 예물을 드려라."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손자친구를 만나면 끌어안기 전에 먼저 손부터 씻는다.
생각해보니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부터 그랬다.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함민복의 시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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