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와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한국 대학 시험에 합격을 했다.
3월 입학을 앞두고 학생 비자로 갱신하기 위해 미얀마로 귀국을 했다.
미얀마 입국 후 양곤에서 코로나 방역 자가격리를 마치고 비자를 신청하여
2월 초에 발급이 예정되어 있었다.
양곤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집에는 빡빡한 일정 상 가보지 못했다.
(잘 모르긴 하지만 항공료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발급을 받는 즉시 한국으로 와야 (또다시 보름 간의 격리를 한 후)
대학 입학 수속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뒤이어 모든 공항이 5월 말까지 폐쇄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애가 탄 그는 태국으로 육로 이동을 한 후 한국행 비행기를 탈까 했지만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12월 태국 코로나 2차 확산의 주요 지역 중의 하나(후아힌 근처 싸뭇싸컨)가 미얀마 노동자가 많이
사는 곳이어서 태국이 미얀마인들의 출국은 허용하지만 입국은 전면적으로 차단하였기 때문이다.
출국 이전에 미얀마 관공서의 비자 발급도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교민과 기업인들의 편의를 위해 구호용 항공기(Relief Flight)의
운항 재개를 미얀마 당국과 논의하겠다는 공지를 띄웠다.
미얀마 탈출(?)이 꽁꽁 막힌 황당한 상황에 낙담하던 차에 미얀마 국제항공(MAI)은
양곤-인천 간 특별기를 2월 5일부터 주 1회로 축소 운항 재개한다는 갑작스러운 발표를 했다.
배경이 무엇이든 그에게는 반가운 일이겠다.
아무쪼록 아직 미얀마에 있는 그의 한국행이 순조롭기를,
그래서 그가 오래 계획해 온 젊은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할 뿐이다.
한국어 공부를 매개로 알게 된 미얀마 이주노동자가 카톡으로
재한 미얀마인들의 선언문을 보내왔다.
그는 내달쯤엔 귀국을 할 예정이지만 그것도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가 좋아하는 내장탕이라도 나누며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다.
이른바 '파워엘리트'라는 자들이 일으킨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작은 삶의 사연들이 안타깝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했던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생각하고 있는 것
울지 마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세계의 어디선가
누가 막 생각하려는 것
울지 마라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 세계에서
이 세계의 어디에서
나는 수많은 나로 이루어졌다
얼마나 기쁜 일인가
나는 수많은 남과 남으로 이루어졌다
울지 마라
-고은, 「어떤 기쁨」-
'일상과 단상 > 내가 읽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어톤먼트』 (0) | 2021.02.17 |
---|---|
시대의 이야기꾼, 별이 되다 (0) | 2021.02.16 |
춤추는 은하 (0) | 2021.01.28 |
다갈빛 도토리묵 한모 (0) | 2021.01.19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0) | 2021.01.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