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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서울숲 산책

by 장돌뱅이. 2021. 3. 1.


아내와 서울숲을 걸었다. 날씨는 우중충했지만 기온은 벌써 봄이었다.
공원길에는 여느 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멀리 가기 힘들고, 5인 이상
모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너도나도 가까운 공원으로 나온 것 같았다.


서울숲 근처 대부분의 카페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이름난 빵집과 음식점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서 있기도 했다.
우리도 자주 가는 카페의 야외 좌석에 앉아 커피를 나눌까 생각했지만
막상 가서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북적임이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 같았다.
코로나의 위험성을 염려하지 않고 저런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정현종,「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집으로 오는 길에 단골 태국 음식점에서 솜땀과 팍붕파이댕, 팟타이를 포장해왔다.

보름에 남겨둔 와인을 곁들여 저녁을 먹었다.
태국 음식은 태국 여행에 대한 기억과 갈증을 부추겼다.


생각난 김에 태국인 친구에게 문자와 메일을 보냈다. 이내 답장이 왔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907  )
코로나가 지나는 즉시 태국에서 만나자는 바람을 주고받았다.

코로나만 지나면, 코로나만 지나면······ 수많은 사람이 미뤄둔
희망과 약속이 한꺼번에 폭발할 것 같다.


어느덧 2월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도 6분의 1일이 지난 것이다.
해나 달이 바뀌는 경계에 서면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며 새로운 다짐을 해본다.
하지만 다시 그 시간이 오면 비슷한 아쉬움과 다짐을 반복하게 된다.

마치 전설 속의 어떤 새처럼.
눈 덮인 산에 사는 그 새는 밤새 추위에 떨면서 날이 새면
둥지를 짓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정작 아침이 되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이렇게 살면 되지 집은 지어 뭐하리.'
그리고 밤이면 다시 아프게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2월을 보낸다.
다만 크게 새로워지고 싶지 않기에 조금만 아쉬워하려고 한다. 
아내와 커피와 음악을 나눌 수 있고, 딸아이네를 오고 가며 손자친구와 뒹구는
시간 이상의 무엇을 꿈꾼다면  과욕이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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