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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2월의 식탁

by 장돌뱅이. 2021. 3. 3.

2월엔 보통의 달에 비해 설음식과 보름 음식이 더해졌다.
특히 '봄똥'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노지에서 겨울을 이겨낸 봄동엔 겨울과 봄의 맛이 함께 녹아 있었다.
무엇이든 제철이어야 싸고 맛있다.

*이전 글 참조:

 

내가 읽은 쉬운 시 168 - 안도현의「봄똥」

2월의 제철 식재료는 단연 '봄똥'이다. 마트에 가면 좋은 가격으로 가판대에 가득 놓여있다. 봄똥'은 겨울을 노지에서 보내느라 속이 들지 않고 잎이 옆으로 납작하게 퍼져 있다. 양팔을 벌리 듯

jangdolbange.tistory.com

딸과 사위는 내가 만든 봄동 겉절이에 감동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아내가 담근 걸로 오해를 해서 섭섭함과 뿌듯함을 동시에 주었다.

아내는 봄동으로 만든 전과 겉절이, 된장국 모두를 좋아한다. 그리고 봄동 쌈도.

손자친구는 치킨마요와 닭죽, 그리고 김밥과 생선류에 손으로 격하게 하트를 그린다.  
얼마 전까지는 미역국을 무척 좋아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요즘은 다짜고짜 싫단다.
콩나물과 숙주나물, 시금치를 빼곤 대체적으로 나물류에도 고개를 젓는다.
'단짠단짠'에 점점 길들어가는 손자의 입맛을 바꿀 어떤 음식이 있을까?
벽을 향해 결가부좌를 튼 수도자의 심오한 화두만큼이나 어렵다.

하긴 나도 아직 단맛 나는 음식을 좋아하고 있으니.

식탁이 가져다주는 시시콜콜한 상상과 이야기가 좋다.
몸이 아프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입맛부터 잃지 않던가.
"점심에 뭐 해 먹지?"
"저녁엔 뭐 먹을까?"  
툭 내뱉는, 대답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이 '슴슴한' 말을 나누는 시간을 오래
허락해 달라고, 그 허락에대한 감사를 잊지 않게 해달라고 나는 매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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