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IFIC COAST HIGHWAY
태평양연안 1번국도 PACIFIC COAST HIGHWAY(이하 PCH)는
샌디에고 인근의 대나포인트 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북쪽으로 올라가며 산타모니카- 산타바바라 -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시애틀까지
이어지는 장장 700 마일 (1200KM 정도)의 해안 도로이다.
미국에 이름난 관광명소가 한두 곳이 아니지만, 직장인으로서 주어진 시간이
한정 되어 있는 터라 마음처럼 그런 모든 곳을 가볼 수는 없게 된다.
더군다나 ‘겨우' 삼천리 강산에서 온 아내와 내게 미국은 그저 한 국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대륙 아닌가.
웬만한 곳이면 하루면 다녀올 수 있는 내 나라에 비해 이놈의 땅덩어리란 게 정말이지 징글징글하게도 크고 넓다.
PCH의 경우도 그렇다.
한 보름쯤 시간을 낸다면 해안을 따라 쉬엄쉬엄 달리면서 느긋하게 바다와 해안도시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시간을 쉽게 만들 수 없는
처지에 단 한번의 여행으로 PCH를 종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구간별로 쪼개서 다녀보는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엘에이까지 다녀오고 그 다음에는 다시 집에서 출발하여 산타바바라까지 다녀오고 하는 식.
그런 방식은 같은 도로를 여러 번 지나 다녀야 하는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지금의 아내와 나의 처지에서 샌디에고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PCH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을.
대나포인트 DANA POINT
샌디에고 집에서 한 시간 정도를 달리면 PCH의 출발점인 대나포인트에 닿는다.
대나포인트는 19세기 초엽가지 산타바바라와 샌디에고 사이의 유일한 주요 항구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다지 크지 않은 포구의 모습을 지녔다.
포구의 한 쪽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커다란 선박이 전시되어 있다.
그 주변으로 빼곡하게 정박한 흰 색의 요트들이 보인다.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는 고래관광 유람선이 출발하는 곳이라고 한다.
태평양 연안의 대부분의 미국도시들이 그렇듯이 대나포인트도 휴양지로서 나른하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짙은 곳이었다.
보트를 타는 사람들의 유유자적함과 아버지를 따라 나온 어린 아이가 담그고 있는, 고기가 물 것 같지 않은 낚시줄의 느슨함이 그랬다.
아내와 잠시 차에서 내려 바다 위로 난 다리를 걸었다.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아내를 세우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내 손끝도 한가했다.
햇살은 눈부셨고 바람은 맑았다.
행복의 모습과 구성요소는 다양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햇살과 바람이 바로 그것이다.
라구나 비치 LAGUNA BEACH
대나포인트 북쪽 가까운 곳에 라구나비치가 있다.
차를 세우고 바닷가로 걸어나갔다.
오렌지빛 저녁의 햇살 속에 배구를 즐기는 구릿빛 청춘들의 흥겨운 함성이 해변에 퍼지고 있었다.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라구나 비치는 예술가들의 거처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의 상점들도 유난히 예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내의 쇼핑 아닌 상점구경을 오래 따라다녀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태국음식점 “THAI BROS”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미국에서 먹는,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태국음식.
아내를 위해 “마이 싸이 팍치”('고수를 넣지 말아주세요' 라는 태국말.)라고
하였더니 나의 ‘본토 발음’을 알아먹은 종업원이 반가운 얼굴로 웃어주었다.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식당인 듯 자리가 나기 무섭게 바로바로 누군가가 들어와 앉았다.
뉴포트비치 NEWPORT BEACH
라구나비치에서 북쪽으로 10KM 정도를 가면 뉴포트가 나온다.
*위 사진 : 크리스탈 코우브 주립공원 CRYSTAL COVE STATE PARK 에서의 산책
가는 길에 있는 크리스탈 코우브 주립공원 CRYSTAL COVE STATE PARK 은 바다를 끼고 있어 산책하는 맛이 있는 곳이었다.
여름도 오기 전에 벌써 노랗게 빛바랜 사막 식물들 사이로 난 길은 깨끗하고 소담스러웠다.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는 미국의 공원은 볼 때마다 부럽다.
뉴포트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꼽아주는 고급 휴양지 중의 하나이다.
그 때문인지 항구에는 각종 유람선과 요트들이 즐비하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과 항구 앞으로
긴 자루처럼 남으로 뻗은 작은 반도에는 고급주택들이 요트의 수만큼이나 즐비했다.
한 때 미국을 대표하던 영화배우 죤웨인의 저택이 있었고
현재 최고의 농구스타로 꼽아주는 코비브라이언트의 집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부자 동네이다.
아내와 함께 그 폼 나는 집들을 곁눈질 하며 해안으로 난 길을 걸어보았다.
바다와 접한 뒷문으로 나가면 하얀 요트가 정박하여 출렁거리고 있는 집들...
탄성은 질렀지만 죽어라 부럽지는 않았다고 한다면 저 포도는 시다고 한
이솝 우화의 늑대를 닮은 것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우선은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그런 집들을 보는 것만으로 흡족했을 뿐이다.
그랬거나 아니거나 내가 손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신기루이긴 하지만.
뉴포트비치는 반도를 따라 장장 10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해변 앞으로 태평양이 가득하다. 무한으로 뻗어나간 넓고 광대함.
대단하다!
어떤 의미로건 앞으로 미국 여행을 하면서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것 같은 예감이다.
뉴포트비치로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음식점 THE CRAB COOKER 는 맛과 분위기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서양식 조개탕인 CLAM CHOWDER의 구수한 맛이 그랬고 쪄서 나오는 싱싱한 게살이 그랬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 종업원의 상냥하고 수다스럽기까지 한 정겨운 서비스가 또한 그랬다.
레돈도비치 REDONDO BEACH 의 찐게 맛
위 사진 : 레돈도비치
레돈도비치는 뉴포트비치보다 더 북쪽에 있다.
엘에이의 서쪽에 있다고 하면 적절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레돈도비치를 간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
아마도 “한국횟집”(PACIFIC FISH CENTER)의 찐게를 먹으러 가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한국사람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TRIPADVISER에도 이 식당은 고객들의 평점에서 당당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해변 자체는 그다지 볼품이 없으니 피어 PIER에서 낚시를 할 요량이 아니라면
이곳에 온 이상 이 식당의 찐 DUNGENESS CRAB 한 마리쯤은 먹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 생소한 이름의 게는 알라스카에선가 잡힌다는데 언제가 제철인지는 모르겠다.
얼마 전 산타바바라를 여행하며 같은 게를 주문하였으나 단순히 삶은 것인데도 이곳의 게맛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꽃게나 영덕게와 같은 맛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곳은 미국이고 괜히 신토불이란 말이 나온 것이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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